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새 노동통계국(BLS) 국장으로 지명한 E J 앤터니 헤리티지재단 수석경제학자가 BLS의 월간 고용 보고서 발표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한 사실이 12일(현지시간)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이 보고서는 미국 고용 시장 상황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로 1915년부터 발간되고 있다.
앤터니 BLS 국장 지명자는 지난 4일 폭스뉴스디지털과의 인터뷰에서 “월간 고용 보고서의 데이터는 신뢰하기 어렵고 자주 과대 집계되는 경향이 있다”고 비판한 것으로 뒤늦게 전해졌다.그는 인터뷰에서 “경제에서 일자리가 얼마나 늘고 주는지조차 확실히 모른다면 기업은 어떻게 경영 계획을 세우고, 미국 중앙은행(Fed)은 어떻게 통화정책을 수행하겠느냐”며 “즉시 해결해야 할 심각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문제를 해결하기 전까지는 “월간 고용 보고서 발표를 중단하는 대신 시의성은 떨어지지만 더 정확한 분기별 데이터를 계속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인터뷰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1일 앤터니를 차기 BLS 국장으로 지명하기 1주일 전에 이뤄졌지만 관련 내용이 뒤늦게 알려지며 논란이 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1일 BLS가 시장 예상을 밑도는 7월 고용 지표를 내놓아 기존에 발표된 5, 6월 일자리 증가 규모를 대폭 하향 조정하자 에리카 맥엔타퍼 BLS 국장을 전격 해고했다. 이어 5일에는 BLS가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시절 일자리 증가폭은 과장하고, 자신의 임기엔 이를 축소했다며 “(데이터가) 의도적으로 공화당과 나를 나쁘게 보이기 위해 조작됐다”고 했다.
특히 최근 고용 수치가 대대적으로 수정된 것은 기업들의 응답이 자꾸 늦어지면서 데이터가 지연되고, 늦게 수집된 데이터가 사후적으로 반영되는 비중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앤터니 지명자가 단순한 데이터 품질 개선만 추구하는 게 아니라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우파 성향 미국기업연구소(AEI) 소속 스탠 베거 선임연구원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신뢰할 수 있고 과도하게 당파적이지 않은 인물을 트럼프 대통령이 선택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는데, 앤터니 지명자는 그와 정반대”라며 “그의 경제정책에 동조하는 이들조차 그가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제시카 리들 맨해튼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 입맛에 맞지 않는) 정확한 데이터를 발표하면 해고되는 직책을 맡을, 신뢰할 수 있는 경제학자는 없을 것”이라고 FT에 말했다. WSJ는 사설을 통해 “앤터니 지명자가 BLS 데이터에 대한 대중과 시장의 신뢰를 확보하려면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모자를 벗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마이클 매키 블룸버그TV 기자는 “이 지표가 늦게 발표되고 수정되기도 하지만 매달 받을 수 있는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지표”라며 “BLS 국장이 이 통계 발행을 중단할 권한을 가지고 있는지조차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BLS의 월간 고용 보고서는 1915년부터 발간돼온 통계로, 신규 일자리 수와 실업률 등을 담아 산업계와 투자자, 정책 입안자는 물론 Fed까지 미국 노동 시장 상황을 가늠하는 핵심 척도로 여겨왔다. 그런 만큼 BLS가 월간 고용 보고서 발표를 중단하고 분기 보고서로 대체하면 오히려 시장에서 고용 데이터가 정부 입맛에 맞게 가공되는 것 아니냐는 불신만 높아질 수 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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