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가 일본 요코하마에 최첨단 패키징 연구소를 구축하기로 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AI 반도체는 ‘설계→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최첨단 패키징(여러 칩 연결)→테스트’ 과정을 거쳐 생산된다. 엔비디아, AMD 같은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기업)의 영역인 설계를 뺀 파운드리-패키징-테스트 공정을 가장 잘하는 나라가 대만이다.
TSMC는 압도적인 파운드리 경쟁력을 토대로 최첨단 패키징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TSMC의 파운드리·패키징·테스트 시장 통합 점유율은 2024년 1분기 29.4%에서 2025년 1분기 35.3%로 올랐다.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묶어 AI 가속기로 만드는 과정에서 파운드리와 최첨단 패키징을 도맡은 영향이 크다. 전통 패키징 강자인 대만 ASE도 올 1분기 6.2%로 인텔(6.5%)에 이어 이 시장 3위에 올랐다.
한국 기업 중 유일하게 명함을 내민 곳은 삼성전자다. TSMC처럼 파운드리와 최첨단 패키징까지 다 하는 ‘턴키 서비스’를 앞세워 고객사 유치에 나섰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는 내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서로 다른 칩을 수직으로 쌓고 배치하는 2.5차원(2.5D), 3차원(3D) 최첨단 패키징에서 생산능력과 기술력이 TSMC에 못 미치는 탓이다.
삼성전자가 이들 기업과의 연구개발(R&D) 협업을 통해 패키징 노하우를 쌓으면 TSMC와의 승부에서 밀리지 않을 수 있다고 업계는 분석한다. 삼성전자가 2500억원을 들여 요코하마에 최첨단 패키징 연구소를 짓는 이유다. 세계 최고 수준의 패키징 연구능력을 갖춘 도쿄대가 30분 거리에 있는 것도 삼성전자가 요코하마를 택한 배경 중 하나다. 도쿄대의 엔지니어링 경쟁력은 TSMC가 2019년 공동 연구소를 짓고 산학 협력 러브콜을 보낼 정도로 정평이 나 있다. 삼성전자는 도쿄대 석·박사 출신 연구원을 대거 채용, 경쟁력 향상의 밑거름으로 삼을 계획이다.
파운드리사업부는 최첨단 패키징과의 턴키 서비스로 고객사 유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22조7000억원에 달하는 테슬라의 차세대 AI 반도체 AI6 파운드리 계약을 수주하는 데도 턴키 서비스가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정수/박의명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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