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 아동이 골프를 배울 수 있을까요? 많은 학부모님과 교육 관계자분들께서 이런 질문을 하십니다. 발달장애 아동은 신체, 인지, 정서, 사회성 발달에 있어서 각기 다른 특성을 보이기 때문에, 섬세한 기술과 집중력을 요구하는 골프에 참여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지 의문을 가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국내외 연구와 실제 사례를 보면, 골프는 발달장애 아동에게 충분히 가능한 스포츠일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전인적 성장과 사회적 통합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활동입니다.
골프는 단순히 클럽으로 공을 치는 운동이 아닙니다. 스윙 동작 속에는 균형 감각, 상·하체 근력, 유연성, 그리고 정밀한 신체 조정 능력이 모두 포함됩니다. 지적장애 아동을 대상으로 6주간 진행된 변형 골프 프로그램 연구에서는 시지각 능력, 시각-운동 통합력, 시각-운동 속도 등 인지 발달 지표가 뚜렷하게 향상되었습니다. 뇌성마비 아동을 대상으로 전통 골프 훈련과 가상 골프 훈련을 비교한 연구에서도 두 방식 모두 대운동 기능 점수가 상승했으며, 특히 가상 골프 훈련은 정적 균형과 복부·하지 근력, 지구력 향상에 효과적이었습니다.
골프는 정서적 안정과 사회성 발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대구대학교 연구에서는 자폐 스펙트럼 아동이 일정 기간 골프 레슨에 참여한 후 심리적 불안과 상동행동이 감소하는 결과가 보고되었습니다. 이는 규칙적이고 반복적인 골프 동작이 아이들에게 안정감을 제공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또, 골프는 에티켓과 매너를 중시하는 스포츠이기에 차례를 기다리는 인내심, 상대를 배려하는 태도, 규칙을 준수하는 습관 등을 자연스럽게 익히게 됩니다. 실제로 발달장애 골프 선수 EG 승민 씨는 꾸준한 훈련을 통해 의사소통 능력과 예절이 향상되었으며, 장애 등급이 완화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습니다.

골프는 포용적 스포츠 환경 조성에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미국의 ‘Full Swing Golf RI’ 프로그램은 발달장애 아동에게 프로 코치와 물리치료사가 1:1 맞춤 지도를 제공하며, ‘Paramobile’ 같은 적응형 장비를 지원하여 누구나 안전하게 골프를 즐길 수 있도록 돕습니다. 이러한 환경은 발달장애 아동에게 자신감과 성취감을 주고, 사회적 소속감을 형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국제 단체 ‘Adaptive Golfers’는 발달장애, 지체장애, 감각 장애 등 다양한 상황에 맞춘 맞춤형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강도와 시간을 조절해 무리 없이 지속 가능한 운동 습관을 형성하게 돕습니다.
골프를 시작할 때는 발달장애 아동의 특성을 이해하는 전문 지도자와 함께하는 것이 좋으며, 가벼운 클럽, 넓은 그립, 시인성이 높은 공 등 적응형 장비를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목표는 작게 설정해 점진적으로 높이고, 성과보다는 과정을 즐기도록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아야 합니다. 발달장애 아동도 골프를 충분히 연습할 수 있으며, 그 과정에서 신체 발달, 정서 안정, 사회성 향상, 재활 효과, 삶의 질 개선이라는 다섯 가지 핵심 혜택을 누릴 수 있습니다. 이제는 “가능할까?”보다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아이들이 골프를 통해 자신만의 속도로 성장하고 세상과 더 넓게 소통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경닷컴 The Lifeist> 젠트리 프로골프단 양지한 골프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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