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 전공의들의 복귀가 임박한 가운데 일부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지원간호사(PA간호사)와 전공의 간 업무 재배분 논의가 사실상 시작조차 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법적 기준이 불분명한 상황에서 업무 조정을 병원 자율에 맡기면서, 9월 전공의 복귀 이후 현장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14일 의료계에 따르면 일부 병원은 9월 전공의 복귀 시점까지도 업무 재배분 결론을 내리지 못해, 복귀 이후에도 논의가 장기간 이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수도권 한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당장 9월 전공의가 돌아오지만 논의가 극히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며 “직역 간 갈등이 우려되는 민감한 사안이라 기준을 마련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병원 관계자는 “전공의들이 요구하는 적정 수련 환경을 반영해야 하는데, 과마다 복귀 인원과 상황이 달라 당장 대응할 수 있는 게 없다”며 복귀 이후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의정 갈등 이후 PA간호사 규모는 크게 늘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3월 말 8982명이던 PA간호사는 같은 해 12월 말 1만7582명으로 약 96% 증가했다. 전공의 집단사직 사태로 인한 인력 공백을 메우기 위해 병원들이 신규 채용을 대폭 늘린 결과다. 특히 지난해 8월 ‘간호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PA 간호사의 의료 행위에 처음으로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간호법 시행으로 PA간호사가 제도권에 편입됐지만, 업무 범위를 명시할 시행령·시행규칙은 아직 입법예고조차 되지 않았다. 복지부는 8월 중 시행규칙 입법예고를 목표로 하고 있으나, 이달 말 입법예고가 이뤄지더라도 40일간의 입법예고와 최대 2개월에 달하는 규제 심사를 거쳐야 해 최종 확정은 12월 이후로 미뤄질 전망이다.
현장에서는 지난 5월 복지부가 개최한 ‘간호법 제정에 따른 진료지원업무 제도화 방안’ 공청회에서 공개된 초안을 기준으로 PA간호사가 골수 채취, 튜브 삽관, 피부 봉합, 진단서 초안 작성 등 기존 전공의가 맡아온 의료 행위를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초안은 의료 행위 범위가 모호하고 광범위하다는 점에서 간호계와 의료계 모두에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전공의 복귀 이후에도 업무 조정 논의가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환자 불안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대한간호협회 관계자는 “환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업무 범위 혼란 속에서 환자들은 안전이 위협받는다고 느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민형 기자 mean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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