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료사고 관련 형사처벌 실태를 처음으로 정밀 분석한 결과 의료계가 주장해온 형사 리스크의 실체가 실제보다 과장됐다는 정황이 드러났다.14일 공개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하 보사연)의 ‘국민 중심 의료개혁 추진방안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는 의료사고에 따른 형사재판 사례에 대한 정량적 분석이 포함됐다.
해당 연구는 보사연의 세부 과제로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이 수행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돼 판결을 받은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는 총 192명으로 연평균 약 38.4명이 의료사고로 형사재판을 받은 셈이다. 사건 건수 기준으로는 연평균 34.4건이었다.
이는 대한의사협회 산하 의료정책연구원이 2022년 보고서에서 밝힌 연평균 752명의 기소 규모와 큰 차이를 보인다.
연구진은 당시 의협 보고서가 비의료인을 포함하고 입건된 피의자를 기소된 인원으로 잘못 해석하는 중대한 오류를 범했다고 지적했다.
1심 판결 내용을 보면 ▲벌금형이 34.9%(67명) ▲무죄 28.6%(55명)에 달했다. 금고형 집행유예는 22.9%(44명)였으며 실형 선고는 금고형과 징역형 각각 8명(4.2%)에 불과했다.
선고유예와 공소기각 등 기타 처분은 극히 일부였다.
과목별로는 ▲정형외과(15.6%) ▲성형외과(15.1%) ▲내과(10.9%) ▲신경외과·치과(6.3%) ▲산부인과(5.7%) 등의 순이었다.
필수의료 분야에서 형사처벌 부담이 특히 크다는 일반적인 인식과는 차이가 있었다.
피고인이 근무한 기관은 병원(95명), 의원(46명), 종합병원(8명), 상급종합병원(5명) 등으로 개원의보다 봉직의(104명)의 비율이 높았다.
의료사고 결과는 신체적 손상이 60.4%로 가장 많았고 사망이 38.5%였다. 정신적 손상 사례는 없었다. 의료 감정서는 59.4%의 사례에서 증거로 채택됐고, 합의금이 지급된 경우는 18.8%에 그쳤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수사 개시, 소환 조사, 재판 장기화, 민사소송 등도 사법 리스크로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2019∼2023년 의료사고로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접수된 조정·중재 건수는 연평균 2281건, 민사 손해배상 소송 1심 본안 사건은 연평균 851건에 달한다.
정유진 기자 jin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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