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통신은 13일(현지시간) 여러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당국이 수출 제한 위반을 수사하고자 선별된 선적물에 추적장치를 은밀하게 부착해왔다고 보도했다. 추적기는 서버 박스 포장은 물론이고 내부, 심지어 제품 본체에 숨겨진 것도 있었다. 일부 대형 추적장치는 스마트폰 크기였다. 미국은 이 장치를 통해 수출통제법 위반으로 이익을 취하는 개인·기업에 대한 증거를 확보했다.
위치 추적기는 항공기 부품 등 수출 제한 품목을 쫓기 위해 수십 년간 사용돼온 수사 도구로, 최근 몇 년간은 반도체 불법 전용 단속에도 활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추적장치 활용은 1985년 휴스항공의 수출 제한 장비 선적 사건에서도 확인됐다. 당시 세관은 휴스턴공항에서 화물을 가로채 추적기를 설치했다. 설치에는 행정 승인이나 법원 영장이 필요하며, 영장을 받으면 형사사건에서 증거로 쓰기 유리하다. 수사 대상이 아닌 기업에는 설치 사실을 알리고 동의를 구하기도 하지만, 모르게 설치하는 경우도 있다.
이번 조치는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이 주도하고 국토안보수사국(HSI), 연방수사국(FBI) 등이 참여했다. HSI와 FBI는 논평을 거부했고 상무부도 답변하지 않았다. 중국 외교부는 “관련 사실을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델은 “정부의 추적장치 설치 계획을 알지 못한다”고 했고, 엔비디아는 “비밀 추적장치를 설치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미국은 글로벌 AI 반도체 공급망을 장악하고 있으며, 중국의 군 현대화를 저지하기 위해 첨단 칩과 기술의 대중 수출을 제한해왔다. 2022년 엔비디아·AMD 등 제조사의 고급 AI 칩 대중 판매를 금지했다.
백악관과 의회는 AI 칩이 제3국을 경유해 중국으로 흘러드는 것을 막기 위해 ‘위치 검증 기술’ 탑재를 의무화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중국은 이를 ‘중국의 부상을 억제하는 캠페인’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지난달 중국 사이버안전감독관리국은 엔비디아 관계자를 소환해 중국 수출 칩에 ‘백도어’가 존재할 가능성을 제기했으나 엔비디아는 이를 전면 부인했다. 백도어는 정상적인 보호·인증 절차를 우회해 정보통신망에 접근할 수 있는 프로그램 또는 기술 장치다. 보안 해제를 위해 악성코드 형태로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등에 몰래 심는다.
중국 업계는 선적물을 받을 때마다 추적기가 있는지 면밀히 확인하고 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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