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여야 젊은 국회의원들과 미국을 방문했다. 인공지능(AI) 등 딥테크산업이 어디까지 왔는지, 스타트업 생태계는 어떻게 구축되고 있는지 직접 보고 우리 정치는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고민하기 위해서다. 바쁜 일정에 어렵게 시간을 맞춘 만큼 짧은 기간에 많이 보고 더 깊이 생각하기로 의기투합했다.먼저 자율주행 기술 발전 상황을 보고 싶었다. 앱으로 택시를 부르니 운전자가 없는 차가 왔다. 자율주행 택시를 타고 샌프란시스코 시내를 달리며 ‘혹시 위험하지는 않을까’ 하는 의구심은 ‘와, 이게 된다고?’ 하는 탄성으로 바뀌었다. 자율주행 차량은 예상보다 일찍 다가온 미래이자 혁신의 상징처럼 느껴졌다.
스페이스X 공장을 방문해서는 비현실적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곳에서 대량으로 제작되는 인공위성은 매주 2~3차례 재사용할 수 있는 로켓에 실려 수십 개씩 하늘로 발사되고 있다. 정부가 아닌 민간 기업이 화성 거주를 꿈꾸며 우주선을 제작하고 재사용 로켓을 개발한 후 반복된 로켓 실험 비용을 줄이기 위해 통신 위성을 로켓에 실어 발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통신 위성 사업은 이미 수익을 내고 있다고 했다. 영화 속에서나 가능할 법한 일이 이미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었다.
생성형 AI는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고 양자 컴퓨터는 유용성 확인 단계에 들어가 조만간 기존 슈퍼컴퓨터보다 우월함을 입증할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어디까지 와 있는지, 이런 발전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을지 걱정이 됐다.
실리콘밸리의 재미 과학자, 창업자, 투자자를 만나 그들의 활동에 대해 들으며 자랑스러운 마음이 드는 한편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커졌다. 미국에서는 대학이나 연구소보다 가장 앞선 기술력으로 연구개발(R&D)을 통해 혁신을 만드는 기업에 인재가 모인다고 한다. 그런 미국 기업들조차 중국 기술을 쫓아가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이야기는 충격이었다. 스타트업 생태계가 잘 갖춰진 미국에 비해 민간 지원과 투자 규모가 제한적인 우리는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관여하지 않으면 스타트업이 성장하기 어려울 것이다.
“의대는 채권, 공대는 주식 같아요.” 한 참석자의 말은 인상적이었다. 공대는 주식처럼 수익이 크게 날 가능성이 있지만 실패의 위험도 그만큼 크다는 것이다. 보통주가 아니라 상환전환우선주(RCPS)처럼 어느 정도의 수익이 보장되고, 그 이상은 노력에 따라 성공할 수 있게 구조를 만들면 인재의 의대 쏠림 흐름을 바꿀 수 있을까?
뛰어난 연구자,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가진 창업가, 비전이 있는 투자자가 도전하고 성공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정책으로 이들을 지원하는 일은 정치의 몫이다. 이번 일정에서 두려움과 불안도 느꼈지만 해야 할 과제가 눈에 보이는 것 같아 의미가 있었다. 역동적인 나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이제 정말 ‘쓸모 있는 정치’를 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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