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외교부에 따르면 지난 8일 캄보디아 캄포트주 보코산 지역의 한 범죄단지 인근에서 박모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외교부 관계자는 “사건 인지 직후부터 캄보디아 경찰당국에 신속한 수사를 요청하는 등 필요한 영사 조력을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박씨가 발견된 보코산 지역은 취업사기 및 납치 범죄가 심각한 곳으로, 6일에도 쓰레기통 등에서 외국인 시신이 2구 발견된 곳이다.
박씨는 발견 당시 온몸에 검붉은 피멍과 핏자국 등 구타 및 가혹 행위의 흔적이 가득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정확한 사망 경위를 조사 중이다.
박씨가 감금됐던 장소는 범죄단지로 불리는 대규모 사기 콜센터로, 수십~수백 명이 합숙하며 각종 온라인 피싱 범죄를 조직적으로 저지르는 곳이다. 박씨는 이곳에 감금돼 있다가 조직 내부의 금전 문제로 살해된 것으로 전해졌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에 따르면 캄보디아에는 이 같은 범죄단지가 50개 이상 존재한다. 대부분 삼합회 등 중국계 갱단이 운영한다. 이들은 조직원이 탈출을 시도하거나 목표한 사기 실적을 채우지 못하면 폭행은 물론 가혹 행위까지 서슴지 않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캄보디아 내 납치·감금 사건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현지 피싱 조직들이 한국인을 유인해 각종 사기 범행에 강제로 동원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온라인에 ‘고수익 해외 취업’ 광고를 올려 한국인을 캄보디아로 불러들인 뒤 보이스피싱, 로맨스스캠 같은 범죄에 가담시킨다. 국내 대포통장 유통 조직들이 ‘서류 배달 아르바이트’라고 속여 한국인을 통장 배달책으로 캄보디아에 보내기도 한다.
상황이 이런데도 외교부와 경찰청은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취한 조치는 대사관 경찰 인력 1명 추가 파견, 캄보디아 입국자에게 해외안전 로밍문자 발송, 해외안전여행 홍보 영상 방송 정도다. 캄보디아에는 태국, 필리핀에는 있는 ‘코리안 데스크’(한인 범죄 전담 경찰)도 없어 현지 경찰과의 협력도 어려운 실정이다.
대사관은 납치·감금 피해자들에게 “현지 경찰에 직접 신고하라”고 안내하고 있다. 대사관이 현지에서 구출 및 범죄 수사 등의 사법 권한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문제는 현지 경찰이 신고 접수를 위해 까다로운 조건을 요구한다는 점이다. 피해자들은 건물 사진, 현재 얼굴 사진, ‘구조를 원한다’는 메시지가 담긴 동영상 등을 제출해야만 신고가 가능하다. 감시받는 상황에서 이런 조건을 충족하려다가 발각될 위험이 높아 피해자들은 신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건수 백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대사관 경찰 인력을 늘리는 동시에 한국인 납치 같은 비상 상황이 발생했을 때 현지 경찰과 즉각 협력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며 “말로만 협력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 간 협약 등을 통해 실효성 있는 공조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다빈 기자 davinc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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