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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확성기 철거 안 해, 허망한 개꿈"…선의를 모욕으로 돌려준 北

입력 2025-08-14 17:30   수정 2025-08-15 00:05

북한이 어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명의로 “대남 확성기를 철거한 적이 없으며, 철거할 의향도 없다”는 담화를 냈다. 지난 4~5일 우리 군이 20여 개의 대북 확성기를 철거하자 북이 “일부 지역 철거로 호응 중”이라던 엿새 전(9일) 합동참모본부 발표와 정반대다.

대남 확성기 철거는 이재명 대통령이 남북 화해의 상징으로 강조해 온 일이다. 며칠 전 국무회의에선 “북이 일부 확성기를 철거하고 있다”며 “이렇게 대화가 조금씩 열려 나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접경지 마을 방문 때는 “우리를 따라 대남방송을 중단해 소음 피해를 해결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했다. 하지만 김여정은 담화에서 대통령의 발언을 거론하며 “여론조작 놀음”이라고 직격했다. “이러한 잔꾀는 허망한 개꿈에 불과하며 우리의 관심을 사지 못한다”고 막말도 했다. 망신스럽고 모욕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당황한 합참은 “김여정 담화 내용이 사실과 다르며,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는 취지의 해명을 내놨다. 대남 확성기 40여 개 중 2개를 철거한 뒤 1개가 원상복구됐지만 나머지 1개는 여전히 철거 상태라는 주장이다. 이 해명의 사실관계가 맞는다고 해도 궁색하기 짝이 없다. 40여 개 확성기 중 1개 중단을 과장해 대통령·국무위원·여당이 오판하도록 만든 꼴이어서다. 김여정 말처럼 여론조작 의도가 있지 않나 의심될 정도다.

확성기 방송은 판문점 선언 합의에 따라 중단·철거됐다가 윤석열 정부 시절 대남 오물풍선 살포에 대응해 재개됐다. 이런 과거를 볼 때 북 도발을 억지하고 대북 양보 카드로 활용할 여지가 있었지만 이번 해프닝으로 그 의미가 크게 퇴색했다. 국가정보원이 52년간 이어져 온 대북방송을 중단한 것도 비슷하다. 김정은의 환심을 사기 위해 중요한 대북 심리전 자산을 너무 쉽게 버렸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 대통령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평화’라며 유화책을 최우선으로 둔다. 그간의 남북관계를 돌아보면 무조건 양보보다 당근과 채찍의 적절한 조합이 훨씬 효과적이었다. 이 정부 들어 대북 유화책이 과속하고 있는 건 아닌지 확성기 해프닝을 계기로 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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