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꽃남자', '열정만수르' 최민호에 대한 타이틀이다. 무대든, 운동이든 무엇을 하든 열정을 불태우는 최민호가 최근 집중하는 건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다. 지난해 초연 당시 원로배우 이순재와 호흡을 맞췄던 그는, 올해 재연에서 박근형, 김병철 등과 함께하게 됐다.
'고도를 기다리며'는 미국 배우이자 극작가인 데이브 핸슨의 대표작으로 부조리극의 고전 '고도를 기다리며'를 오마주한 메타 코미디 연극이다. 2013년 뉴욕 국제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첫선을 보인 후 미국, 영국, 헝가리, 뉴질랜드 등 세계 각지에서 공연됐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처음 선보여졌다.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의 분장실을 배경으로 주인공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의 대역배우인 에스터와 밸의 모습을 그리는데, 모호하고 추상적인 '고도를 기다리며'를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오마주 해 원작의 의미와 깊이를 유쾌하게 풀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구두는 안 맞고, 커피는 식어가고, 대본은 어렵고, 연출은 오지 않는다'는 무대 뒤 허름한 분장실에서 '기회'를 엿보는 두 대역배우 에스터와 밸의 유쾌한 대화와 기묘한 사건을 통해 예술과 인생, 존재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최민호는 지난해 밸 역에 발탁되면서 처음 연극에 도전장을 냈고, 올해에 다시 극장에 서게 됐다.
최민호 외에 원작 '고도를 기다리며'에서 블라디미르 역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박근형이 이번엔 에스터로 무대에 서고, 김병철도 같은 역할을 맡아 9년 만에 연극 무대에 복귀한다. 밸 역에는 이상윤이 최민호와 더블 캐스팅됐다. 로라 역은 김가영과 신혜옥이 나선다.
에스터의 궤변에도 감명받고 맞장구를 치는 밸은 해맑고 연기에 대한 열정이 넘치는 인물이다. 초연 당시 하늘 같은 선배 이순재를 바라보는 최민호의 눈빛과 자세는 밸과 다르지 않기에 관객들의 몰입을 끌어내는데 무리가 없었다는 평을 받았다. 이후 최민호는 연극 '랑데뷰'를 통해 극을 이끌며 성공적으로 연극 무대에 안착했다.
샤이니의 비주얼 센터로 2010년 KBS 2TV '드라마스페셜'로 일찌감치 연기돌의 길을 걷기 시작한 최민호는 SBS '아름다운 그대에게', '매디컬 탑팀', KBS 2TV '화랑' 등에 출연했고, 지난해에도 JTBC '가족X멜로'의 남자 주인공 남태평 역으로 열연했다. 올해로 15년째 연기를 해오고 있지만, 아이돌 출신이라는 선입견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샤이니 멤버였기에 주목받고, 빨리 주연 배우로 발탁됐지만 그만큼 우려의 목소리도 함께 나왔던 것. 그런 최민호가 연극 무대를 통해 '연기자'라는 타이틀이 더는 어색하지 않게 됐다는 평이다.
"데뷔 때부터 연극 무대를 꿈꿔왔다"는 최민호는 첫 연극을 앞두고 매일 연습실을 찾으며 연습에 매진했다. 최민호의 진심이 통하듯 연극 티켓이 오픈되자마자 순식간에 전석 매진을 기록, 이례적인 뜨거운 반응과 더불어 그의 연기에 힘찬 박수 세례가 쏟아졌다.

이후 커플 2인극 '랑데뷰'에 출연하면서 최민호는 연기로 무대를 이끌어가는 가능성도 인정받았다. 생활 패턴까지 극중 캐릭터에 맞추며 몰입했다는 그는 "처음 무대에 오를 때 의심의 눈초리가 점점 사라지는 것을 느끼면서 더 신이 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에 대한 애정은 꾸준히 드러냈다.
최민호의 진심은 지난 5월 '고도를 기다리며' 기부 공연에서도 드러났다. 해당 공연은 신구, 박근형 두 배우의 뜻에 따라 19~34세 청년들을 위해 특별 기획돼 '청년문화예술패스'로 진행됐다. 티켓 수익금은 '자신만의 고도'를 기다리는 젊은 연극인들을 지원하기 위한 '연극내일기금'으로 전액 기부됐다.
최민호는 공연 종료 후 두 거장과 청년 관객들이 함께하는 '관객과의 대화' 진행자로 나섰다. 최민호 역시 재능기부로 행사에 동참했다.
최민호는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 재연 무대를 앞두고 매일 서너개씩 연기를 준비해 이순재 앞에서 선보이며 확인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뿐만 아니라 해외 일정을 조정하고, 한국에 귀국한 당일에도 연습실로 향하면서 밸에 몰두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최민호 측 관계자는 "초연 때와는 다른 결의 밸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김병철과는 새롭고 재밌는 티키타카로, 박근형의 관록에는 뒤처지지 않는 젊은 열정을 보여줄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한편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는 오는 9월 16일 대학로 예스24스테이지 3관에서 개막한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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