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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가 부른 가족 간 재산 분쟁 막으려면

입력 2025-09-01 06:00   수정 2026-03-12 14:18

[상속 플래닝]



삼형제가 있다. 장남은 미국 유학까지 다녀왔지만 직장에 적응하지 못했고, 부모에게 수시로 사업자금을 요구했다. 부모는 장남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장남에게 많은 돈을 주었지만 장남은 사업에 계속 실패했다.

경제적으로 곤란해진 장남은 부모에게 다시 돈을 요구했지만, 부모는 더 이상의 지원을 거절했다. 그러자 장남은 돈을 주지 않으면 자살하겠다며 칼을 내밀었다. 큰 충격을 받은 부모는 장남과의 인연을 끊었다.

치매 걸린 아버지를 이용한 장남


장남의 식칼 사건이 터진 후 차남과 삼남만이 부모와 왕래하면서 부모를 봉양하게 됐는데, 차남과 삼남은 장남과 달리 좋은 직장에서 성실하게 근무한 끝에 임원으로 승진하고 경제적으로 성공했다.

십수 년이 지나 어머니가 사망했고, 아버지는 치매에 걸렸다. 차남과 삼남은 혼자 생활할 능력을 잃은 아버지를 근처 요양원에 모셨고 매주 방문했다. 그러던 중 연락이 끊겼던 장남이 갑자기 나타났다. 장남은 아버지가 치매에 걸린 사실을 알게 됐고, 삼형제 간의 우애를 회복해야 한다며 차남과 삼남에게 아버지 몰래 아버지 재산을 3분의 1씩 나눠서 갖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차남과 삼남은 아버지 재산을 마음대로 할 수는 없다며 장남의 제안을 거절했다.

그러자 장남은 요양원에 있는 아버지를 몰래 데리고 나갔다. 치매에 걸린 아버지는 장남의 자살 소동과 그동안의 패악을 잊어버린 채 장남을 반갑게 맞이하며 따라 나섰다. 차남과 삼남은 백방으로 아버지 행방을 수소문하고 장남에게 연락했지만 장남은 연락을 받지 않았고 아버지의 행방을 알 수가 없었다. 차남과 삼남은 아버지를 보호하기 위해 성년후견을 신청했다. 그 과정에서 장남이 아버지를 데리고 나간 직후 은행을 돌아다니면서 예금 20억 원을 전부 인출해 탕진한 사실이 확인됐다.

차남과 삼남은 아버지의 성년후견인이 돼 아버지를 보호하려고 했지만 장남은 차남이나 삼남이 성년후견인이 되는 것을 반대했다. 가정법원은 누구를 성년후견인으로 할지 가족들 간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남과 삼남이 아니라 전문가인 변호사를 성년후견인으로 선임했다. 가족이 성년후견인이 됐다면 성년후견인 보수를 지급할 필요가 없었겠지만, 전문가인 변호사가 성년후견인으로 선임됐기에 성년후견인 보수까지 지급하게 됐다.


고령화 시대, 급증하는 치매 노인

성년후견인은 이후 장남을 상대로 예금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지만 장남에게 재산이 없어 실제로 돈을 돌려받지는 못하게 됐다. 성년후견도 개시되자 장남은 아버지를 차남의 집 앞에 데려다 놓은 다음 다시 잠적하고 연락을 끊었다. 아버지는 결국 말년에 모든 재산을 잃고, 차남과 삼남이 모든 부양 부담을 떠안게 됐다.
바야흐로 고령화 시대다. 최근 인구 고령화에 따라 치매 노인 수가 급증하고 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치매 노인의 숫자는 2025년 약 108만 명, 2040년에는 217만 명, 2050년이면 302만 명으로 늘어난다고 한다. 2050년이면 노인의 16%가 치매를 앓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치매가 무서운 이유는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고, 언제 발생할지 예측하기도 어렵기 때문이고 왜 발생하는지도 불명확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돈이 많고 똑똑하고 건강했던 사람이라도, 치매는 가리지 않고 찾아온다. 이 글을 쓰고 있는 필자도 치매에서 자유롭지 않다. 100세 이상의 수명이 예상되는 시대에서, 이제는 누구나 어느 정도 나이가 되면 치매나 노화에 대비해 자신의 재산을 어떻게 관리할지 준비해야 한다.

자녀가 있다면 치매에 대비할 필요가 없을까. 그렇지 않다. 경험상 치매 노인이 적절한 보호를 받는지는 그 사람의 사회적 지위와 재산, 자녀 유무와는 관련이 없는 것 같다. 사회적 지위가 있고 재산이 많고 자녀가 있다고 해도 치매가 걸린 후에는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자녀나 간병인으로부터 재산도 뺏기는 경우도 많다.

피해는 효성스러운
자녀의 몫


앞에서 사례로 든 사건은 실제 사건을 각색한 것이다. 실제 사건에서 아버지가 치매에 걸리자 효성스러운 자녀인 차남과 삼남은 아버지 재산을 신탁해서 아버지를 보호하려고 했다. 여기서 신탁이란 수탁자에게 재산을 맡기는 것이다. 신탁을 하게 되면 재산의 명의가 재산을 맡아준 수탁자로 변경되고 수탁자는 아버지가 계약에서 미리 정한 대로만 재산을 관리, 사용할 수 있다.
차남과 삼남은 신탁을 통해 금융기관에 아버지 재산을 맡기고 아버지 생전에는 생활비, 병원비 등 아버지를 위해서만 재산을 사용하고,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는 상속세로 사용하고, 그러고도 남은 재산을 공평하게 나누려고 했다. 그 당시만 해도 아버지가 치매이긴 했지만 의사 능력이 어느 정도 남아 있어서 신탁 계약을 체결할 수준은 됐다.

그러나 이를 눈치챈 장남이 아버지를 데리고 가면서 상황이 변했다. 장남이 아버지를 데려간 후부터 아버지는 치매가 아니라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그래야 아버지가 동의해서 장남이 아버지 예금을 인출한 거라고 거짓말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장남은 비정하게도 아버지가 치매가 아니라고 주장하기 위해, 아버지가 복용하던 치매 약을 끊게 했다.

결국 아버지는 성년후견 절차가 진행되는 수년 동안 장남의 손아귀에 들어가 적절한 치매 치료를 전혀 받지 못했고, 치매가 심각하게 악화돼 의사 능력을 완전히 상실하고 말았다. 차남과 삼남의 보호하에 있을 때만 해도 거동이 가능한 상태였는데, 장남이 데려간 후 아버지를 집 밖에 전혀 내보내지 않아 거동도 거의 못하게 됐다.

치매에 걸린 아버지는 장남으로 인해 건강을 잃고 재산상 피해도 보았다. 문제는 그 피해가 아버지 외에 효성스러운 자녀들에게만 발생했다는 것이다. 장남이 치매 아버지 재산을 탕진하고 아버지를 차남의 집 앞에 내버린 후 아버지를 돌보는 간병비, 요양원 등 비용은 고스란히 차남과 삼남이 부담하게 됐다. 차남과 삼남은 차마 아버지를 저버릴 수 없기에 책임졌지만, 경제적 고통뿐만 아니라 원망과 울분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크게 겪었다.


노쇠한 부모 핍박…
패륜적 증여 계약은 무효


이 집안 같은 경우 문제의 소지가 될 만한 자식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아버지가 고령으로 인한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효성스러운 자녀들이 가장 큰 피해자가 된 셈이다. 아버지가 제 정신이었다면 과연 이러한 결과를 원했을지 의문이다.

앞 사례에서는 고령으로 인한 치매로 인한 가족의 비극만 이야기했지만, 내가 나이가 들게 되면 과연 치매만 문제가 될까. 치매에 안 걸려서 내 의사 능력만 문제 없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나이 들어 기력이 쇠한 것 자체도 문제가 된다. 최근 수원지방법원에서 의사 능력은 멀쩡했지만 아픈 아버지를 핍박해 자녀들이 증여 계약을 체결하게 한 사건에서 증여가 반사회적 질서 위반으로 무효라고 판단한 사례가 있다. 이 사건에서 아버지는 심장수술을 마쳐 12시간 동안 안정이 필요했다. 그런데 자녀들은 아버지를 돌보기는커녕 막 퇴원해 안정이 필요한 아버지를 찾아가 새벽까지 증여계약서를 작성할 것을 요구하며 집요하게 괴롭혔다. 큰 수술을 받고 퇴원한 후 어떠한 안정과 휴식도 취하지 못한 채 시달리던 아버지는 견디다 못해 자녀들이 원하는 증여계약서를 작성해주었다.

이후 회복한 아버지가 증여 이행을 거부하자 자녀들은 아버지를 상대로 증여 계약을 이행하라는 소를 제기했는데, 법원은 부친에게 의사 능력이 있는 것은 인정되나, 자녀들이 심장 수술을 받고 퇴원해 절대 안정이 필요한 아버지에게 집요하게 증여를 요구해 증여계약서를 작성한 행위는 반사회질서적 행위로서 무효이므로 증여 계약을 이행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한마디로 증여 계약 체결 경위, 동기 등 제반 사정에 비춰볼 때 패륜적이라는 취지다.

이처럼 치매에 걸리지 않더라도 고령으로 노쇠해 힘이 없어지면 내가 원하지 않더라도 외부 압력이나 간섭에 쉽게 굴복하게 된다. 실제로 노인들 중에는 자녀가 윽박지르면서 재산을 달라고 하면 시달리다가 줘 버리는 경우도 많다.

신탁으로 자신 보호하고 가족 갈등 예방

결국 이러한 사례들을 보면, 내가 고령으로 인한 노화나 치매에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막연히 타인의 호의에 기대는 것은 그것이 자녀라고 할지라도 상당히 위험하다고 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부모가 제대로 준비를 해 두지 않았기 때문에 자녀로 하여금 나쁜 생각이 들게 한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럼 어떤 방법으로 나의 고령에 대비하는 것이 좋을까. 우선 고령으로 인한 문제는 유언장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유언장은 내가 죽은 다음 재산을 물려주는 것이지 내가 살아 있을 때를 책임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나이가 든 노인이 자식들이나 간병인 등 제3자의 등쌀에 못이겨 이리저리 유언장을 써주는 일도 허다하다(유언장만 6개가 나온 적도 있다).

다음으로는, 임의후견계약을 생각해볼 수 있다. 임의후견계약이란 내가 건강할 때 미리 내가 치매에 걸린 경우를 대비해 임의후견인 등을 지정해 놓는 계약이다. 그러나 이것도 완벽한 방법이 아니다. 맨 앞의 사례에서 보는 것처럼 후견인이 있더라도 후견이 시작되기 전에 재산을 미리 빼돌린 자녀로 인해 재산을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다.

결국 고령화로 인한 재산 보호에 가장 좋은 방법은 내가 나이가 좀 들었을 때 신탁으로 재산을 따로 관리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신탁이란 재산을 맡기는 것이다. 금융기관에 맡길 수도 있고, 자녀에게 맡길 수도 있으나, 고령으로 인한 객관적 보호를 원한다면 금융기관에 맡기는 것이 낫다(만약 자녀에게 맡긴다면 신탁관리인으로 다른 자녀를 선임해 두는 등으로 자녀들이 성실하게 신탁 계약을 이행하도록 보호장치를 해 둘 필요가 있다). 재산을 금융기관에 신탁한 후 내가 살아 있을 때는 그 재산은 나를 위해서만, 내가 지시한 대로만 사용하고, 내가 사망한 후 비로소 상속인들에게 나눠주는 것으로 해 두면 그 재산 자체에 접근이 어렵게 된다. 어떻게 관리할지, 죽은 다음 누구에게 줄지 등은 내가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다.

이제는 대부분의 사람이 오래 사는 시대가 왔고 그로 인한 다양한 문제가 현실로 다가왔다. 건강은 준비해도 예측할 수 없지만 적어도 재산 관리만큼은 미리 준비하면 스스로와 가족을 보호할 수 있다. 준비되지 않은 고령화는 본인 노후에 치명타를 줄 뿐만 아니라 가족 간 갈등, 재산 분쟁 등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 자신의 재산 및 가족 상황을 살펴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다.

양소라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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