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여름을 달궜던 ‘작열하는 태양’도 처서(8월 23일)를 앞두고 서서히 식어가는 느낌이다. 지난 호에선 ‘작열’과 ‘작렬’ ‘장렬’ 사이의 표기 규칙을 살폈다. 이들 사이의 발음을 둘러싼 논란도 표기 못지않게 헷갈리고 복잡하다. 우선 세 단어는 소리로는 거의 구별하기 어렵다. 모두 [장녈]로 발음되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작열하는 태양’과 ‘포탄이 작렬하다’에선 [장녈]이고, ‘장렬한 전사’에선 [장ː녈], 즉 장음으로 발음된다.
‘동-영상[동녕상], 솜-이불[솜니불], 막-일[망닐], 내복-약[내봉냑], 색-연필[생년필], 늑막-염[능망념], 영업-용[영엄뇽], 식용-유[시굥뉴], 백분-율[백뿐뉼]’ 같은 게 합성어에서 ‘ㄴ 첨가’된 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선 이들 복합어를 표제어로 올릴 때 붙임표(-)를 써서 어원 정보를 보여준다. 이에 따르면 ‘작열’은 복합어가 아니라 단일어로 확인된다. 그래서 원래 발음이 흘러내린 [자결]이 돼야 이치에 맞는다. ‘단열재[다:녈째], 발열[바렬], 흡열[흐별], 백열[배결]’ 등 비슷한 형태의 단어들이 모두 발음이 흘러내린다. 이들은 합성어가 아니므로 'ㄴ'이 첨가될 조건이 아니다. 따라서 받침이 흘러내린 발음을 표준으로 잡은 것이다. 이에 비해 ‘난방-열[난방녈], 문학-열[문항녈]’ 등 합성어에서는 발음할 때 ‘ㄴ’이 첨가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같은 연장선에서 ‘작열’은 ㄴ이 첨가된 발음이 굳어진 것으로 보아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그 발음이 [장녈]이라고 따로 보여줬다. 이는 ‘정열(情熱)’도 마찬가지다. 단일어로 보면 [정열] 식으로 받침을 흘려야 하나, 실제론 누구나 이 말을 ‘ㄴ 첨가’된 [정녈]로 발음한다. 따라서 현실어법을 존중해 이를 표준발음으로 사전에 올렸다. ‘ㄴ 첨가’된 이후 [작녈→장녈]이 되는 과정에는 비음화를 거쳤다. 비음화란 받침 ‘ㄱ, ㄷ, ㅂ’이 비음(콧소리)인 ‘ㄴ, ㅁ’ 앞에서 조음방식이 동화돼 같은 비음인 ‘ㅇ, ㄴ, ㅁ’으로 바뀌는 것을 말한다. 표준발음법 제18항에 담겼다. ‘먹는[멍는], 옷맵시[온맵씨], 꽃망울[꼰망울], 밥물[밤물], 앞마당[암마당]’ 같은 데서 비음화 현상을 볼 수 있다.
‘작열’은 [장녈]로 발음하는데, ‘작열감(灼熱感)’은 [자결감]으로 발음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자결감]은 틀린 발음이고 [장녈감]이라 해야 맞다. 지금까지 살펴본 이치상으로도 그렇고 실제로도 국립국어원의 개방형 사전인 <우리말샘>에는 그리 올라 있다. 문제는 우리말 발음의 ‘ㄴ첨가’ 현상이 일관적이지 않고 들쭉날쭉하다는 점이다. 실제로 우리말에서 ‘ㄴ첨가’ 현상이 근래 들어 더 빠른 속도로 무너지는 경향이 있다. ‘학여울역’을 [항녀울력]으로 제대로 발음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지 의문이다. 대부분 [하겨울력]이라 하기 십상이다. 색연필[생년필/새견필] 동영상[동녕상/동영상] 영업용[영업뇽/영어뵹]. 나는 어떻게 발음하고 있을까? 모두 앞이 맞는 발음이고 뒤는 틀린 것이다. 이를 문법교육 부재로 인한 문법 오류로 볼지, 현실어법의 변화로 볼지 주시하고 추적할 필요가 있다.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