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일 업계에 따르면 온라인 서점 A사의 디지털콘텐츠 담당자들은 최근 AI 텍스트 음성변환(TTS·text to speech) 기술과 관련해 긴급회의를 열었다. 밀리의서재와 윌라 간 소송 2심에서 윌라가 압승을 거둔 사실이 알려지자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연 회의였다. AI TTS 기술을 이용하면 전자책 텍스트 파일만 있어도 사람이 책을 읽어주는 것 같은 자연스러운 오디오북 서비스가 가능하다.
소송의 시작은 2022년 7월이다. 윌라 운영사 인플루엔셜은 ‘윌라가 따로 계약을 맺고 성우를 고용해 오디오북을 제작했는데 밀리의서재가 같은 책의 전자책, TTS를 활용해 오디오북과 비슷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건 오디오북 독점 유통권 침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올해 6월 서울고등법원은 1심을 일부 뒤집고 윌라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달 밀리의서재가 상고해 3심이 진행 중이다.
밀리의서재 측은 “TTS 기능은 시각장애인, 고령층에 필수”라며 “TTS로 복제된 오디오 데이터는 컴퓨터나 스마트폰 메모리에 일시 저장됐다가 재생 직후 삭제되므로 저작권법이 허용하는 ‘사적 이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TTS 기능 제공 역시 오디오북 독점 유통권, 즉 배타적발행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결론 내렸다. 또 재판부는 “밀리의서재는 영리를 목적으로 앱에 TTS 기능을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밀리의서재는 지난해 고도화한 AI TTS 기능을 공개하며 “18만 권의 콘텐츠를 보유하고 국내에서 가장 많은 전자책을 확보한 업체답게 베스트셀러부터 월 1000권 이상의 신간에 적용하겠다”고 홍보했다.
AI 2차 저작물 시장이 커지는 데 비해 국내 출판계의 인식은 뒤처져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최대 전자책 플랫폼 아마존킨들은 책마다 TTS 기능 제공 여부가 다르다. 아마존은 TTS 기술 보유 기업인 이보나소프트웨어를 2013년 인수했다. 그럼에도 선별적 적용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일부 출판사와 작가가 오디오북 판매를 위해 TTS 접근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한 신인 작가는 “지난해 한 출판사와 책 출간 계약을 맺었는데, 전자책과 오디오북 얘기는 빠져 있어 구두로 2차 저작물 인세를 협의했다”며 “배타적발행권 계약서 양식이 따로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고 말했다.
구은서 기자
▶배타적발행권
저작물을 유통할 수 있는 권리로, 기존 출판권이 종이책에 한정된 것과 달리 전자책, 오디오북 등을 복제·전송할 권리를 포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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