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8·22 전당대회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정작 당권 주자들보다 전직 한국사 강사 전한길 씨가 모든 관심을 독식하고 있다. 연설회 소동과 방송 발언으로 이목을 끌며 ‘전한길 대회’라는 자조까지 나오는 등, 주인공이 아닌 인물이 전당대회를 좌우하는 기이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17일 예정된 방송토론회도 당권 주자들의 정책 경쟁보다는 전 씨 문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찬반 공방으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다. 당내 주도권 싸움이 정책 논쟁 대신 극단적 이슈에 묻히는 모양새다.
전 씨는 이달 8일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배신자" 구호를 외치며 소란을 일으켰지만, 당 윤리위원회는 가장 낮은 수위인 '경고'만 의결했다. 일부 위원은 아예 "징계거리도 안 된다"는 입장까지 밝히면서 사실상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뉴스1 보도에 따르면 한 재선 의원은 "입당 당시나 이번에 제명했어야 했다. 지도부가 어정쩡하게 끌고 오다 스스로 자초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당 안팎에서는 "국민의힘이 아니라 극우의힘으로 가고 있다"는 비아냥까지 나온다.
문제는 여권에서 조국 전 대표 사면 논란, 이춘석 의원 주식 차명 의혹 등 악재가 이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반등 기미가 없다는 점이다.
한국갤럽 8월 둘째 주 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41%, 국민의힘 22%로 격차는 두 배로 벌어졌다. 6·3 대선 이후 두 달 넘게 20%대 박스권에 갇히며 컨벤션 효과도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민심과 당심의 괴리도 뚜렷하다. 전체 유권자 여론조사에서는 '탄핵 찬성파'인 조경태(22%), 안철수(18%) 후보가 선전했지만, 국민의힘 지지층 내부에서는 김문수(46%), 장동혁(21%) 등 '반탄 후보'가 압도적 우위를 차지했다. 전 씨와 보수 유튜버를 중심으로 한 강성 지지층이 당내 흐름을 좌우하며 외연 확장을 가로막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전 씨는 14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전한길 뉴스'에서 장동혁 후보 지지를 공개 선언했다. 그는 "이번은 중간평가니 뽑히지 않은 후보들은 남은 기간 최선을 다하라"고 독려하기도 했다. 김문수·장동혁 후보는 전 씨 등이 주최한 자유우파 토론회에 직접 출연해 사실상 ‘면접’을 치렀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이 제1야당으로서 제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윤 전 대통령과의 완전한 결별, 그리고 강성 지지층과의 선 긋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극단적 목소리에 휘둘리는 한, 전당대회가 ‘전한길 대회’라는 비아냥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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