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시장 한가운데 우뚝 선 나무 한 그루. 누군가 이리저리 어루만지다 입술을 갖다 대니 ‘휘-이익’ 휘파람 소리가 난다. 달항아리를 닮은 돌덩어리에 앉은 사람은 벽에 걸린 작품을 응시한다. 높은 산 정상에서나 보던 망원경에 얼굴을 묻은 이도 있다. 젊은 작가들의 새로운 시선을 한데 모아 놓은 대구 봉산동 우손갤러리의 풍경이다.
우손갤러리에서는 도시의 풍경을 담은 전시 ‘흐르는 풍경, 쌓인 형태’가 열리고 있다.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모았다. 회화뿐 아니라 조각, 설치, 영상 등 다양한 매체로 표현한 신선한 시각을 엿볼 기회다.
이번 전시는 도시의 보편적 단면을 그려내는 것에 집중한다. 전시를 기획한 고원석 라인문화재단 디렉터는 “이질적이면서도 점차 같은 풍경을 공유하는 도시의 모습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전시장 1층에 자리 잡은 문이삭 작가 작품의 정식 명칭은 ‘Bust-바람길’ 시리즈다. 나무 기둥 위아래에 점토로 살을 붙여 만든 이 작업을 작가는 ‘흙피리’라고 표현했다. “흙피리는 목소리밖에 기억나지 않는 누군가를 기억하면서 제작한 작품입니다.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것을 어떻게 가시화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보니 소리가 떠올랐어요. 소리라는 것은 빈 공간의 증명이기도 하니까요.”
흑연과 종이 단 두 가지 재료를 사용하는 이승애 작가의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공간은 파괴와 탄생을 거듭한다. 캄캄한 2층 전시장의 한쪽 벽면에 작품을 오려내고 재배치해 만든 애니메이션이 상영되고 있다. 재료는 한정적일지라도 표현 방식은 다양하다. 드로잉부터 오려내기, 탁본, 화면 위 재배치, 애니메이션화 등 여러 형태로 작품을 완성한다. 이번 전시에는 팬데믹 상황으로 영국 런던의 작업실로 이동할 수 없었던 경험을 녹여냈다.
김정은 작가는 자신의 이동 경험을 시각적 형태로 변환한다. 이번 전시에 내놓은 ‘무빙 마운틴(Moving Mountain)’은 동화 속 헨젤과 그레텔처럼 자신이 남긴 이동의 흔적을 표현한 것으로, 작품을 만드는 방식이 신선하다. “무빙 마운틴은 형상화된 저의 이동 기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작업의 첫 단계는 지도를 펼쳐 하루 동안 머물거나 지나간 장소에 점을 찍는 것에서 시작돼요. 이 점들을 선으로 잇고, 선이 모여 면이 되면 한 달간 모아 오려냅니다. 마지막에는 제가 실제로 걸은 지역의 땅이나 산을 상상하며 입체적인 형태로 완성하게 됩니다.”
이 밖에도 아스팔트가 벗겨진 도로에서 받은 인상을 표현한 김세은 작가의 회화와 로스앤젤레스(LA)공항의 코드셰어명과 뉴욕, 독일 등에서의 경험을 담은 황원해 작가의 작품 등을 만날 수 있다. 전시는 8월 23일까지.
강은영 기자 qboomboo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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