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년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장으로서 사법부 문을 두드렸지만 꿈쩍도 안 했어요. 지금은 사법부에서 먼저 초대해 인공지능(AI)을 도입하겠다고 하니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윤성로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17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사법부 인공지능위원회’ 참여 소감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는 “법원에 들어가보니 공대 출신 판사들이 기술 이해도가 높고 AI 도입에 적극적인 모습에 놀랐다”며 “위원장인 이숙연 대법관은 포스텍을 수석 입학한 이공계 출신이어서 기술 트렌드 파악이 빠르고 무엇보다 해야 한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취임한 2023년 12월 이후 사법부는 AI 도입 준비를 본격화하고 있다. 사법부는 지난 4월 사법부 인공지능위원회를 출범했고, 지난달 25일 제3차 회의에서 판결서 공개 정책에 대한 ‘차등적 접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AI 분야 전문가인 윤 교수는 4차산업혁명위원장 시절부터 사법부에 AI 도입을 지속 제안해온 인물이다.
대법원은 7월부터 KT 컨소시엄과 총 145억원 규모의 ‘재판 업무 지원을 위한 AI 플랫폼 구축사업’에 착수했다. 판결문·법령 기반 AI 검색 서비스와 재판 쟁점 자동 추출·요약 기능을 구축한다.
사법부 인공지능위원회는 예산 제약 극복 방안으로 ‘AI 그랜드 챌린지(기술경연대회)’ 개최를 제안했다. 윤 교수는 “집단지성을 발휘할 기회로 기업과 연구기관이 아이디어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국가 주도의 ‘소버린 AI’가 구축되면 이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봤다. 그는 “국가대표 AI 5팀이 선정돼 ‘독자 AI’ 개발이 본격화하고 있다”며 “판결서, 국방 등 민감한 정보를 해외 클라우드에 올리기 어렵기 때문에 사법 AI를 위해서라도 소버린 AI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리걸테크 업체와 학계 등을 위한 대량 데이터세트 공개는 사법부 데이터센터에서 제한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봤다. 윤 교수는 “사법부 데이터센터를 ‘데이터 안심구역+규제 샌드박스’ 방식으로 지정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효율적 운영을 위해 법원행정처장을 지정권자로 추가하는 입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5년 후 사법부 AI에 대해서는 “2030년엔 최소한 판사들이 유사 판례 검색 같은 ‘노동’에서 해방될 것”이라며 “판결문 작성을 완전 자동화하기는 어렵지만 참고자료 제공 단계까지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판결 자체를 AI가 하는 방식에는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AI가 판결하면 법전대로 판결하는 법형식주의가 주를 이뤄 억울한 일이 많아질 수 있다”며 “인간의 따뜻함과 ‘정상 참작’까지 학습시키는 데는 어려움이 따른다”고 말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