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딥페이크 사진 등을 활용해 광역·기초의회 남성 의원들을 협박한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이 범인을 찾지 못한 채 수사를 중단했다. 발신자는 의원 얼굴을 음란물에 덧씌우는 방식으로 제작한 이미지와 협박성 메시지를 담은 이메일을 지난해 11월부터 최소 40명 의원에게 발송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딥페이크 피해를 본 서울·인천 등의 지방의회 소속 의원들에게 수사 중지 결과를 통보했다고 17일 밝혔다. 수사 중지란 당장 수사를 진행하기 어렵지만 인터폴 공조 혹은 추가 단서를 확보했을 경우 추후 수사를 재개한다는 의미다.
딥페이크 협박 메일을 받은 피해자는 주로 20~40대 남성이다. 메일에는 얼굴을 합성한 나체의 남성과 여성이 한자리에 누워 있는 사진이 첨부돼 있었다. 각 의회 홈페이지에 게재된 프로필 사진이 이용됐다. 또 ‘당신의 범죄 증거들을 가지고 있다. 어떤 영향이 터지는지 잘 알 것이다. 당장 연락하기 바란다’란 글도 남겨져 있었다.발신자는 딥페이크 사진을 삭제하는 대가로 5만달러 상당의 암호화폐를 요구했고 QR코드를 함께 보내 접속하도록 유도했다. 서울 인천 부산 광주 대구 등 기초의회 의원 40여 명이 메일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4월엔 전남 순천시의회 의원 3명이 메일을 받았다. 피해를 공개하지 않은 의원도 있어 실제 피해자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범행에 사용된 메일 계정, 접속 IP, 휴대폰 번호, 전자지갑 주소 등 단서를 토대로 전방위적으로 수사를 벌였다. 해외에서 메일이 발송되면서 경찰은 인터폴에 수사 공조를 요청했다. 하지만 피의자 추적이 난관에 봉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내년 6월에 열릴 전국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선 딥페이크물이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인공지능(AI)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더욱 정교한 딥페이크물이 생성될 수 있는 것도 불안감을 키우는 요소다. 부산의 한 기초의원은 “조작 사진임을 알 수 있더라도 부정적 이미지가 유권자에게 각인될까 두렵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딥페이크물이 선거에 악영향을 끼칠 것에 대비해 전담 수사 부서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철오 기자 che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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