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성남시 판교는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린다. 네이버, 카카오, 엔씨소프트 등 2010년대 초중반 정보기술(IT) 기업이 대거 입주하면서 컴퓨터공학 등 첨단 IT 업종에 종사하는 2030세대 유능한 인력이 판교로 몰렸다. 기업들은 새로운 실험과 사업 확장을 거듭했다. 연봉과 경력을 좇아 이직과 창업도 빈번했다.
이랬던 판교가 요즘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기업들은 신규 채용 문을 닫았다. 혁신적인 신사업을 추진한다는 얘기도 사라진 지 오래다.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경력직 선호 현상으로 직원 평균연령대도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 IT업계 관계자는 “회의차 판교에 있는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찾았는데 밤 9시가 되니 건물 청소를 해야 한다며 나가라는 통보를 받았다”며 “젊은 직원들이 밤새 토론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뽑아내는 혁신 테크밸리의 모습과는 이제 한참 멀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2020년대 초 엔지니어를 대거 뽑으며 회사 덩치를 키울 때와는 대조적이다. IT기업들은 당시 초급 개발자에게까지 고연봉을 제시하며 엔지니어 확보 경쟁을 벌였다. 당시 테크업계에선 40대가 경력 전환의 마지노선이라는 ‘40세의 저주’라는 말이 돌 정도였다.
채용하더라도 AI로 대체 가능한 신입보다 경력직을 선호하는 추세다. 카카오 신규 채용 중 20대 비중은 2021년 72%에서 지난해 66%로 낮아졌다. 50대는 0.3%에서 4.1%로 뛰었다. 2021년만 해도 네이버 20대 이하 직원(1354명)이 40대 이상 직원(1227명)보다 많았지만 지금은 40대 이상(1554명)이 20대 이하(843명)를 크게 제쳤다. NHN도 2022년엔 20대가 360명이었지만 지난해 232명으로 줄었고, 엔씨소프트도 이 기간 20대가 693명에서 393명으로 쪼그라들었다.
기업과 직원들의 연차가 동시에 올라가면서 주요 경영 판단이 보수적으로 바뀌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카카오는 자회사 축소 작업에 한창이다. 엔씨소프트와 NHN 등 주요 게임사 역시 기존 사업을 축소하는 등 경영 효율화를 진행 중이다. 판교의 조로 현상은 한국 혁신 동력의 상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지적도 많다.
IT업계 관계자는 “판교 초기의 유연한 스타트업 문화는 사라지고 거대 조직의 관료화가 대세가 됐다”고 꼬집었다. 중국 영상 플랫폼 바이트댄스 직원의 평균연령은 27세, 콰이서우는 28세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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