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연차휴가 제도를 대폭 손질한다. 1년 미만 일한 근로자에게도 연차를 보장하는 한편 연차휴가 일수를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연차휴가 소진율을 2023년 77.8%에서 2030년 84%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도 세웠다. 하지만 정작 휴가보다 금전적 보상을 선호하는 근로자가 늘면서 정책 실효성에 의문이 커지고 있다.
17일 노동계와 관련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2027년 상반기까지 연차휴가 제도를 강화하는 로드맵을 마련한 것으로 확인됐다. 먼저 1년 이상 근속 근로자에게 기본 15일의 연차를 부여하는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6개월 이상 근속 직원에게도 연차휴가를 주도록 할 계획이다. 연차 일수도 현재 2년 차 기준 15일에서 선진국 수준(20일)으로 늘리기로 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지난해 말 대법원 통상임금 판결로 연차 미사용 수당이 높아지면서 연차 소진율이 뚝 떨어지고 있다.
"연 1000만원 받고 연차 안쓸래"…영세업체는 꿈도 못꾸는데

현대자동차 사례는 연차 확대가 휴식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연차의 역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현대차는 1년 개근 직원에게 10일의 기본 유급휴가를 주고 1개월 개근 시 하루 유급 휴가를 추가한다. 기본 유급휴가는 2년 이상 계속 근무하면 1년마다 하루 늘어나 근속 30년 차가 되면 연차휴가만 총 50여 일이 발생한다.
이처럼 휴가가 충분히 주어지지만 소진율은 낮고 회사의 비용 부담만 늘어나고 있다. 한 현대차 직원은 “하루 통상임금이 18만원 안팎이고 연차 미사용 수당은 통상임금에 50%가 가산된다”며 “연차를 고스란히 모으면 수당이 연 1000만원에 육박하니 소진하는 직원이 거의 없다”고 했다.
다른 대기업 인사 담당자는 “연말 미사용 수당을 성과급처럼 여기는 직원이 많다”며 “근로기준법에 따른 ‘연차 촉진 제도’가 있지만 노조 반발, 단체협약과의 충돌 우려로 활용이 어렵다”고 했다.
반면 영세사업장 근로자는 연차 수당도 받지 못할뿐더러 대체인력 부족으로 연차를 쓰지 못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설문조사에서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의 25.6%가 휴가를 가지 못하는 이유로 ‘대체인력 부족’을 꼽았다. ‘특별한 휴가 계획 없음’(18.6%) ‘업무량 과다’(11.6%) 등이 뒤를 이었다. 연차휴가에서도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고착화한 셈이다.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수당 제도 개편, 대체인력 지원 등을 종합적으로 추진하지 않으면 연차휴가와 그에 비례한 현금 보상만 늘어나고, 정작 근로시간은 줄지 않는 기형적 구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곽용희/남정민 기자 kyh@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