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박 회장은 2022년 초 한국 다이소 운영 법인인 아성다이소 대표이사에서 내려왔으나 여전히 아성다이소의 주요 의사결정 대부분을 책임지고 있다. 해외 제품 전시회를 다니며 상품을 조달하고 전국 1600여 개 매장이 잘 운영되는지 살펴보는 일을 일상적으로 한다. 다이소 관계자는 “과거보다 해외 출장 횟수가 다소 감소했을 뿐 대표이사에서 내려온 뒤에도 박 회장 역할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영진이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현장을 빠짐없이 챙기는 박 회장의 강력한 추진력은 다이소의 경쟁력이자 차별점으로 꼽힌다. 맨손으로 창업해 연 매출 4조원에 달하는 ‘다이소 제국’을 세운 비결도 그의 리더십에서 비롯됐다. 문제는 이 같은 ‘원맨 경영’이 언제까지 가능한지다. 박 회장은 1944년생이다.
고령에도 왕성하게 사업을 이어간 사례가 국내외에 없진 않지만 대다수는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하거나 ‘2세 경영 체제’로 전환했다. 일부 기업은 2세 승계가 늦어져 그룹이 위기 상황에 내몰리기도 했다. 올해 말 은퇴를 선언한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은 80세에 도달하면 자동으로 이사 재선임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부 규정을 최근 도입했다. 고령 경영자의 잘못된 판단을 막기 위한 조치다.
유력한 ‘2세 경영인’으로 꼽히는 박 회장의 차녀 박영주 부사장에 관해선 알려진 게 거의 없다. 2010년대 초반부터 본격적으로 경영 수업을 받아왔고 최근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하기 시작했다는 것 정도다. 박 회장이 명확하게 후계 구도를 밝힌 바 없어 박 부사장이 경영 전면에 나설지,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할지조차 현재로선 알기 어렵다. 업계 예상대로 박 부사장이 2세 승계를 한다 해도 리스크는 여전하다.
‘옥상옥 지배구조’도 풀어야 할 숙제다. 한국 다이소는 ‘아성→아성HMP→아성다이소’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췄다. 박 회장 일가는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아성과 그 100% 자회사 아성HMP를 통해 아성다이소를 지배하고 있다. 이 같은 구조는 세제 등 여러 면에서 승계에 유리한 측면이 있지만 문제의 소지도 상당하다. 아성과 아성HMP 매출 대부분이 아성다이소에 물건을 공급해 창출되기 때문이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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