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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역주행하는 정부의 의무지출 관리

입력 2025-08-18 16:57   수정 2025-08-19 01:12

“우상향하는 그래프를 볼 때마다 눈앞이 깜깜해요.”

기획재정부 예산실 관계자들이 ‘의무지출’이 화제에 오를 때마다 하는 말이다. 의무지출이란 4대 공적연금을 비롯해 법에 지급 의무가 명시된 지출을 말한다. 정부가 매년 정책 의지에 따라 늘였다 줄였다 할 수 있는 ‘재량지출’과 달리 한번 지출 항목을 만들어놓으면 좀처럼 줄이기가 어렵다.

기재부 공무원들의 걱정대로 우리나라의 의무지출 증가 속도는 현기증이 날 정도다. 저출생 고령화로 복지 지출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중기재정계획(2024~2028년)에 따르면 올해 의무지출은 총지출 673조3000억원 중 54.2%인 365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2026년 391조원, 2027년 413조원, 2028년 433조원으로 연평균 5.7%씩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총지출 증가율(3.6%)을 크게 웃돈다.

의무지출을 구조조정하지 않으면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공감대는 이미 형성돼 있다. 정부는 지난 3월 발표한 ‘2026년도 예산안 편성 지침’을 통해 의무지출 구조조정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달 30일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에서 “의무지출 구조조정에 한계를 두지 말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기재부는 지난 13일 대통령실에서 열린 ‘나라 재정 절약 간담회’에서 내년에 의무지출을 2조원 줄이겠다고 보고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과 구직급여 일부를 손질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내년 의무지출 추산치(391조원)의 0.5%에 불과해 ‘찔끔 삭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에 내년부터 예산안에 새로 반영되거나 확대되는 의무지출 규모는 연 수십조원이다. 현재 8세 미만에만 지급되는 아동수당을 2030년까지 13세 미만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내년에 지급 대상을 0~9세로 한 살 올리면서 당장 추가로 나가는 돈만 4600억원. 5년간 15조원의 추가 재원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농어촌 주민수당 시범사업도 내년 예산안에 포함될 것으로 관측된다. 농어촌 거주 주민에게 월 15만~20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시범사업을 거쳐 2028년 관련 법 제정 이후 본사업으로 전환될 전망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읍·면 지역 주민 960만 명에게 월 15만원을 전면 지급할 경우 연간 약 17조40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다.

이런 의무지출 항목은 향후에 줄이려면 법을 고쳐야 하는 데다 지방자치단체 및 이해관계자의 강한 반발이 불가피하다. 새로 만들 때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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