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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칼럼] '서울대 10개 만들기' 진짜 성공하려면

입력 2025-08-18 16:58   수정 2025-08-19 01:10

이재명 정부의 대표 교육 공약인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지난 13일 국정과제로 확정됐다. 정부는 수도권 중심의 교육 불균형을 완화하고 지방에서도 서울대 수준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학생 1인당 연간 6000만원 규모의 투자를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역대 정부가 정시·수시 비율 조정이나 ‘킬러 문항’ 폐지 등 입시제도 손질에 머문 것과 달리 이번 정책은 일류대학의 ‘공급’ 자체를 늘려 문제를 풀겠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정부 구상은 지방거점 국립대를 서울대 수준으로 끌어올려 ‘지방대 명문화→수도권 쏠림 완화→지역 활성화’라는 세 단계를 동시에 달성하는 것이다.

그러나 명문대는 예산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포스텍은 1986년 약 3000억원을 투입하고 첨단 이공계 특성화, 소수 정예 전략(초기 249명)으로 출발해 10년 만에 아시아 1위 과학기술대학에 올랐다. 한국예술종합학교도 개교 10여 년 만에 국제 콩쿠르 수상자와 세계 무대 진출 인재를 배출하며 예술 실기 분야 최상위 대학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기준 학부 재학생 수는 포스텍 1800여 명, 한예종 3300여 명에 불과하다.

반면 지방거점 국립대는 최소 1만3000여 명, 많게는 2만8000여 명의 학부생을 두고 있으며, 9개 거점대학 합계는 19만 명을 넘는다. 이는 포스텍의 약 100배, 한예종의 약 60배 규모다. ‘작고 깊게’ 키운 성공 사례와 달리, 대규모 종합대를 서울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일은 훨씬 복잡하다. 이를 동시에 10곳에서 추진한다면 정책 난도가 높아지고 소요 자원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더욱이 대학 수준을 높인다고 해서 우수 수험생이 곧바로 몰리는 것도 아니다.

학부모와 학생이 ‘인 서울’ 명문 대신 새로운 지방 명문을 선택하려면 대학 브랜드, 졸업생 성취, 생활 여건이 함께 개선돼야 한다. 이 과정에서 수도권·지방 사립대의 소외감과 역차별 논란도 불가피하다. 지역 활성화 효과를 내려면 교육 인프라만으론 부족하다. 노무현 정부의 혁신도시 정책은 공기업 이전으로 지역을 살리려 했지만, 교육·생활 인프라 부족으로 ‘기러기 아빠’만 늘었고 상당수 직원은 서울에서 출퇴근했다.

영국은 2014년 런던·남동부에 인구의 31%, 국내총생산(GDP)의 37%가 집중된 불균형을 완화하려고 ‘노던 파워하우스’ 프로젝트를 시작했지만, 정권 교체 후 우선순위에서 밀리며 단기 전시성 사업으로 전락했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인구 비중은 변함없고, 경제력 집중은 오히려 심화됐다. 북부 맨체스터대·셰필드대의 위상은 올랐으나, 청년층의 런던 선호는 여전하다.

프랑스는 인구 약 18.8%, GDP 약 30%가 파리권에 집중된 상황에서 2004년 ‘경쟁력 클러스터’ 정책을 법제화해 지방대·연구소·기업을 묶어 산업·연구 거점을 육성했다. 리옹·툴루즈 등 일부 지방이 성장했지만, 파리 집중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대신 프랑스는 인프라 이전의 한계를 인정하고, 파리-지방 간 고속철도(TGV)로 물리적 거리를 줄이며 20년 넘게 정책을 지속하고 있다.

프랑스가 정책을 20년 넘게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초기 성공 사례로 국민 신뢰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도 UC버클리 성공 이후 UCLA, UC샌디에이고, UC데이비스 등으로 확산했다. 초기 성공으로 사회적 신뢰를 얻은 뒤 확대한 것이다. 한국도 처음부터 10개를 동시에 키우기보다 1~2개 대학에 집중해 성과를 낸 뒤 확산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다. 예컨대 포스텍급 인공지능(AI)·첨단산업 특화대학을 먼저 육성하면 의대 쏠림 완화와 미래 인재 양성을 동시에 기대할 수 있다.

명문대 육성은 ‘백년지대계’여야 한다. 그러나 단임 정부는 ‘오년지소계(五年之小計)’라는 한계를 안고 있다. 빠른 성과를 위해 예산만 쏟아붓는 방식은 예산이 줄면 곧 무너진다. 장기적으로 자생 가능한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 ‘서울대 10개 만들기’의 성패는 결국 학생과 학부모가 지속적으로 ‘지방 서울대’를 선택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원대한 계획도 화룡유구(?龍類狗)에 그칠 수 있다. 모두가 체감하는 ‘작은 성공’이 쌓여야 비로소 서울대 공급 전략이 현실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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