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극적으로 타결된 한·미 관세협상에서 한국 측의 핵심 카드는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MASGA)’ 프로젝트였다. 향후 미국에 투자하는 3500억달러 중 1500억달러(약 207조원)는 조선업 전용으로 운용될 예정이다.미국이 조선업 회복을 원하는 이유는 국가안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미국 국방부는 수년 내 중국의 대만 침공과 이를 계기로 전쟁이 벌어지는 시나리오를 거론하고 있다. 특히 취약한 조선 경쟁력이 미국의 아킬레스건 중 하나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미국 정부와 의회가 동맹국에 군함과 지원함 등의 건조를 일부 맡길 수 있도록 관련법 개정을 추진하는 배경이다.
이유는 많다. 미국에서 배를 만드는 비용은 적게 잡아도 한국의 대여섯 배는 된다. 인건비가 비싸고, 근무 조건이 다르고, 규제도 결코 적지 않다. 대형 조선사조차 수지타산을 맞추기 힘들다고 고민하는데 중소 협력업체들이 미국에 투자하고 현지 생태계 회복에 기여하기를 바라기는 어렵다. 설령 억지로 투자하게 한다 해도, 그렇게 비싸게 만든 배를 누가 사겠느냐는 본질적인 질문에 부닥치게 된다. 그러니 즉각적인 건조능력 확보와 생태계 회복은 둘 다 매우 어려운 목표다. 그럼에도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싶어 하는 미국은 적절한 해법을 원하고 있다.
한국의 일부 지역을 미국 군함이나 지원함을 건조하기 위한 시설로 확보하는 것은 어떨까. 이미 조선업 생태계가 활성화돼 있는 영남 지역 조선소 일부 독 혹은 중견 조선소 부지와 주변 지역을 사들여 통째로 미국 군함 건조 목적에 할당하는 것이다. 특정 구역을 설정한다면 보안 문제에서도 이점이 있고, 해당 지역에 대한 투자를 동맹 강화와 안보 비용으로 계산하기에도 유리하다. 몇몇 지역이나 기업을 연계해 ‘미국 군함 특화 클러스터’로 운영해도 좋겠다.
군사적인 의미도 있다. 집단방위 개념을 포함하는 ‘동맹 현대화’를 추진하는 트럼프 정부는 주한미군의 위상과 역할을 조정하려는 중이다. 미국 군함의 건조 및 수리 기지로서 한국 남해안의 전략적 역할이 부각되는 것은 양국의 군사적 연결고리를 강화한다. 성공적으로 운영된다면 이 클러스터는 한·미동맹의 상징이자, 양국 모두의 전략자산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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