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슨 교수는 한국의 고속성장 비결을 정확히 짚었다. 울산 조선소 건설 당시 정 전 회장이 거북선 그림이 있는 500원짜리 지폐 한 장으로 해외 차관을 따낸 일화는 유명하다. 그러나 ‘정주영 신화’는 도전과 혁신을 수용하는 제도적 토양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천연자원이 부족한 한국에서 제도적 포용성과 역동성은 곧 성장의 원천이다. 하지만 이런 강점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각종 법령과 규제가 혁신의 발목을 잡고 있어서다.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상품시장규제지수에서 한국은 38개 회원국 가운데 20위에 머물렀고, 특히 ‘기업 활동 개입’ 부문에선 36위로 최하위권이었다. 자율주행, 도심항공교통(UAM) 등 신산업이 규제의 벽에 가로막혀 있다.
각종 규제는 기업의 혁신 의지와 도전 정신을 꺾어 우리 경제의 역동성을 갉아먹을 수 있다. 정부와 여당은 반기업 입법과 과도한 규제가 우리 경제의 가장 큰 자산인 포용적 제도의 힘을 약화시키고 있는 건 아닌지 진지하게 자문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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