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자 대기자금 성격인 요구불예금이 올 하반기 들어 5대 은행에서만 40조원 가까이 빠져나갔다.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은행에 머무르는 자금 자체가 쪼그라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나마 생긴 여윳돈마저 저금리 실망감에 곧바로 주식, 코인 등 다른 투자처로 이동하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 14일 요구불예금 잔액은 617조4606억원으로 이달 들어 21조7308억원 감소했다. 지난 7월(17조4892억원) 감소액까지 합하면 하반기 들어서만 39조2200억원 줄었다.
경기 침체로 은행에 맡기는 금액 자체가 줄었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불경기가 지속되면서 기업의 예치금이 감소하고 있고, 개인사업자들 또한 예비자금까지 사업 유지비로 투입하는 지경”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금리마저 거듭 하락하자 은행권 자금 이탈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이날 기준 전국 은행에서 판매 중인 38개 정기예금의 최고금리는 평균 연 2.54%에 그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기대수익률이 높은 재테크 대상을 찾아 은행을 떠나는 투자자가 늘었다는 평가가 많다. 강세장이 이어지는 주식시장이 대표적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3일 국내 증시의 투자자 예탁금(장내 파생상품 거래 예수금 제외)은 67조8339억원으로 이재명 정부 출범 직전인 5월 말(57조2971억원) 이후 10조5368억원 불어났다. 이달 1일(71조7777억원)에는 3년6개월 만에 70조원을 돌파했다.
코인시장도 최근 다시 들썩이고 있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거듭 신고가를 쓰면서 매수세가 점점 강해지는 추세다. 14일 업비트에서 거래된 암호화폐 규모는 8조1400억원에 달했다. 하루 거래대금은 6월 1조~2조원 수준에 그쳤지만 지난달 이후 5조~10조원대로 급증했다.
기대 수익률 높은 증시·코인으로…예금자보호 한도상향이 '방파제'
국내 5대 은행의 요구불예금이 하반기 들어 40조원 가까이 급감하는 등 은행권 대기자금 이탈이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거듭된 금리 하락에 ‘예테크(예금+재테크)족’의 실망이 커지며 은행들의 수신자금 감소세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 14일 요구불예금 잔액(617조4606억원)은 6월 말 이후 39조2200억원 감소했다. 특히 이달엔 10영업일 만에 21조7308억원 줄어들었다. 이달 전체 감소폭이 30조원이 넘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최근 2년간 월별 감소액이 30조원을 넘은 것은 지난해 4월(31조5511억원)뿐이다.
경기 부진으로 은행에 넣을 수 있는 금액 자체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수신금리마저 내리막을 타자 아예 다른 투자 대상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이날 기준 국내 은행의 38개 정기예금 최고금리는 평균 연 2.54%에 그쳤다. 1금융권에선 우대금리를 다 받아도 연 3%대 예금을 찾아보기 힘들다.
시중은행들은 다음달 예금자 보호한도가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늘어나는 것이 ‘방파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은행이 파산해도 회수할 수 있는 금액이 증가하면 그동안 여러 곳에 분산해놓은 자금 중 일부가 은행으로 유입될 수 있어서다. 하지만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등 2금융권으로 눈길만 돌려도 연 3%대 상품이 적지 않다. 시중은행의 예금 증가세가 조만간 꺾일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는 배경이다. 국내 5대 은행의 14일 기준 정기예금 잔액은 946조6102억원으로 하반기 들어 14조원가량 늘었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차라리 호황인 주식이나 상장지수펀드(ETF), 암호화폐 등에 투자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추세”라며 “아직은 ‘금리가 더 떨어지기 전에 예금하자’는 심리가 남아 있지만 예금금리가 지금보다 낮아지면 2금융권과도 수신 경쟁을 벌일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한국은행이 올해 안에 경기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추가로 낮출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한국 경제성장률은 올 2분기까지 다섯 분기 연속 1%를 밑돌았다. 국내 은행의 대출 연체율도 5월 0.64%까지 뛰며 8년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반기부터는 미국의 상호관세(15%) 충격이 수출 전선에 본격적으로 반영될 예정이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이 같은 이유로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5%에서 지난달 0.8%로 낮췄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전망치를 0.8%로 유지 중이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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