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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도 안 돼 13만 구독자…최성운의 사고실험이 만든 조용한 돌풍

입력 2025-09-05 11:39   수정 2025-09-05 11:40





@김희정-v6w7m 이런 잔잔하고 솔직한 토크 콘텐츠 너무 원했어요 / @vncfhj 아직 아침 8시 반인데 출근길에 이 영상을 누른 게 오늘 가장 잘한 일인 것 같다는 확신이 들어요 / @혜경-w2w 누군가의 인터뷰 영상 보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을 훔치게 된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 @suya0405 송길영 작가님 최근 유튜브 방송 중 최고 같아요! 피디님 말씀하시는 거 보면서 작가님의 눈이 반짝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답니다

방송 분량이 하나씩 늘 때마다 기하급수적으로 팬을 모으는 채널이 있다. ‘최성운의 사고실험’이다. 채널 오픈한 지 1년이 채 안 돼 구독자가 13만 명을 넘어섰고 방송은 매번 인터뷰이의 명언록을 갱신하고 있다. 밴드 10CM의 권정열이 “나는 남을 위해 음악 하는 성격이었다”라는 말에 그가 계속 음악 하는 사람으로 노력할 수 있던 동인을 발견했고, 고난의 흔적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런던베이글뮤지엄 창업자 료가 “두려워서 비린내 날 것 같은 시간이 늘 있어왔다”라는 대목에 사람들은 공감하고 감탄하며 댓글을 남겼다. 채널의 진행자이자 작가이고 편집자이자 기획자인 최성운은 적절한 때 고민해본 자만이 알 수 있는 단어를 무심코 내뱉는 질문으로 조용히 인터뷰이의 본질에 가 닿는다.

인터뷰이가 매료되는 인터뷰어

2025년 봄 매거진B 발행인인 조수용 대표 방송을 통해 ‘최성운의 사고실험(@think_experiment)’을 알게 됐다. 조 대표가 쓴 책 ‘일의 감각’을 밑줄까지 쳐가며 읽고 난 뒤라 방송을 찾아보던 중 진행자 최성운에게로 눈길이 갔다. 조용하고 배려 깊은 말투, 성과가 아닌 과정에 귀 기울이는 질문에 조 대표는 ‘내 심정을 어찌 그리 잘 아냐’ 싶은 표정으로 진심 어린 답을 이어 나갔다. 대화의 밀도는 그렇게 차곡차곡 쌓여 나갔다.

‘최성운의 사고실험’은 스타트업 창업자 스토리를 다루는 유튜브 채널 EO의 한 코너였다. 최 씨는 당시 PD로 활동했다. EO에는 4년을 머물렀고 계단 하나 오르듯 채널 독립을 선언했다. EO에서 70만 구독자라는 우산을 걷어내고 구독자 0명부터 시작하기로 마음먹은 이후 기회는 우연히 찾아왔다.

송길영 작가가 ‘시대예보’ 시리즈의 두 번째 책을 내고 그에게 먼저 연락해 온 것이다. 전작 때 EO에서 진행했던 인터뷰가 좋아 이번에도 출연하고 싶다는 것. 최 씨는 “구독자가 현재 0명이라 모시기 송구스럽다”고 말했고 송 작가는 “PD님, 사람들은 콘텐츠가 좋으면 어떻게든 찾아옵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라며 사고실험의 첫 번째 게스트가 되었다. 2024년 10월의 일이다.

방송은 열흘에 한 편 정도 올라온다. 출연한 이들의 면면은 다양하다. 런던베이글뮤지엄 창업자 료가 나왔고 밴드 10CM의 보컬 권정열과 ‘넛지’와 ‘페이머스’ 등을 쓴 하버드대 케스 선스타인 교수, 물리학자 경희대 김상욱 교수, 저속노화로 유명한 정희원 전 아산병원 교수, 영화평론가 이동진 씨도 출연했다. 내로라하는 매체도 섭외가 어려운 이를 연달아 인터뷰이로 초대한 배경에 든든한 뒷배라도 있는 것 아니냐 싶지만 진정성 있는 메일 한 통이 전부였다.



“그분들께 제가 드릴 가치가 아직 크지 않으니 왜 당신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싶고 어떤 내용의 방송을 할 수 있는지 정성을 다해 섭외 메일을 드려요. 물론 그게 안 통했던 분들이 더 많지만요.”
인터뷰이 선정 기준에는 적당한 팬심도 녹아 있다. 그가 팬심을 드러내는 이의 결은 비슷해 ‘성실히 자기 삶을 만들어 나가는 좋은 어른’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인터뷰이를 모시고 녹화를 시작하면 대략 3~4시간 이상 대화가 이어진다. 최 씨는 방송 녹화분을 1회에 40분가량 길이로 나눠 2부로 제작한다. 주당 평균 근무 시간은 70시간. 이야기의 맥락과 흐름, 인터뷰이의 작은 표정 변화 등을 포착하는 편집 디테일은 물론 말할 때 나오는 파열음 하나하나를 모두 손보는 정성이 방송의 퀄리티를 높여주었다. 장면이 바뀔 때 사사삭 책장 넘기는 소리와 적당한 조명, 자막의 크기까지 책으로 치자면 글자 주변에 모여 그 책의 꼴을 완성하는 파라텍스트가 완벽하게 하나를 이루어낸다. 집요하게 콘텐츠를 완성해나간 결과치는 “숏폼 전성시대에 자극 없는 롱폼 콘텐츠가 통하겠냐”는 주변 우려를 잠재웠다.

과학도에서 사업가, 영화감독에서 PD까지

최 씨 이력은 독특하다. 대구에서 중학교까지 다니다 서울과학고에 갔다. 스티브 잡스를 보며 애플 같은 회사 창업자를 꿈꿔 서울대 경영대학교로 진학했지만 경영대 공부는 생각과 달랐고 우연히 시작한 연극반 활동이 영화 쪽 관심으로 이어져 당시 영화 추천 앱이던 ‘왓챠’에서 인턴을 하고 보스턴대 교환 학생 기회가 생겼을 때 영화 공부를 하며 영화 주변부에 머물렀다. 의경으로 군 복무 중 2016년 몇몇 시위 현장에서 세상의 부조리를 목격한 뒤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자문자답하는 과정에서 펀딩 사이트를 통해 첫 책을 썼고 일련의 과정이 점점이 이어져 EO의 PD로 연결됐다. 내딛는 걸음걸음이 의외기도 하지만 채널명부터 그가 질문을 던지고 배울 것 있는 어른이라 여기는 인물을 찾아가는 과정이 이해되는 청춘 서사기도 하다.

채널이 알려진 뒤 방송이나 강연 요청이 많이 늘었으나 사람 모아놓고 분위기 띄우는 일에는 재주가 없는 듯하여 다른 활동은 많이 하지 않는다. 광고 제안도 적잖이 들어오는데 광고가 인터뷰이와의 대화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애쓰는 노력이 광고 수주 의지보다 강해 이 또한 비즈니스 측면에선 해결 과제 중 하나다. 프로라면 타인에게 가치를 만들어내는 사람이어야지 자기만족에 머물면 안 된다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1년 만에 손익분기점은 맞춰갈 듯해 마음의 짐은 덜었다고 했다.

“자신에게 진실한 사람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자신의 관점이 존재하고, 그런데 그걸 별로 부풀리지 않는 분들이요. 그렇게 만나고 싶은 사람과 대화를 나누며 이 채널의 세계관도 윤곽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대화 밀도가 높아지죠. 인터뷰이와 서로 진짜 이해하고 교감하는 장면이 핵심 경쟁력이 된 것 같아요. 그런 대화를 갈망하는 욕구가 어딘가 있었던 거죠.”

10월이면 만 1년이 되는데 잠시 휴지기를 갖고 핀란드와 덴마크 등지로 여행을 다녀와 책 한 권을 쓸 계획이라고 했다. 지난 1년의 각오는 ‘일단은 살아남자’는 생각이 간절했다. 이만큼 왔으니 잠시 뒤돌아보고 또 어디로 가야 할지 심사숙고의 시간을 가지려 한다는 말로 들렸다. 채널은 3년까지는 운영해볼 계획이라고 했다.
이동진 씨는 올해 초 ‘최성운의 사고실험’ 출연 이후 자신의 블로그에 오랜만에 글을 남겼다.

“세심한 배려와 놀라운 성실함으로 차린 귀한 자리를 즐겁고 반갑게 감사히 누리다 왔습니다.”

콘텐츠 과잉 시대에 사람들이 그의 잔잔한 대화에 빠져드는 이유는 콘텐츠 본질 저 아래까지 탐구한 결과다.

이선정 기자 sligh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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