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월 사상자를 낸 세종-안성 고속도로 붕괴 사고의 원인은 안전장치인 '전도방지시설(스크류잭)'을 임의로 제거했기 때문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19일 국토교통부 건설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는 지난 2월 발생한 세종~안성 고속도로 제9공구 청용천교 붕괴 사고에 대한 조사 결과를 이렇게 발표했다.
붕괴 사고는 청용천교 상부 거더를 '런처'라는 운반 장비로 설치하고 이를 후방 이동시키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해당 장비가 애초에 전방 이동 작업에 대해서만 안전 인증을 받았다는 게 사조위 지적이다. 하도급사가 후방 이동 작업을 포함한 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라는 설명이다. 위법한 안전관리 계획서를 그대로 승인한 현대엔지니어링도 문제라고 봤다.
다만 사조위는 후방 이동 작업이 위법했더라도 안전장치가 제대로 설치돼 있었다면 붕괴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구조 해석 결과 런치가 후방 이동을 해도 스크류잭이 제거되지 않았다면 붕괴하진 않았다는 판단이다. 결국 스크류잭 제거가 붕괴의 결정적 원인이라고 짚었다.
스크류잭 제거는 현대엔지니어링이 현장에 설치한 CCTV로 확인할 수 있었지만 현대엔지니어링 관리가 부실했다는 게 사조위 판단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시공계획 상 런처 운전자와 사고 당일 실제 운전자가 서로 다른 것도 관리·감독하지 못했다. 작업일지 상의 운전자가 아예 다른 크레인을 조종하기 위해 현장을 이탈한 것도 알지 못했다.
국토부는 장관 직권으로 현대엔지니어링에 대한 영업정지 조처를 내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토부 장관은 영업정지를 최대 12개월까지 직권 처분할 수 있다. 아울러 국토부는 현대엔지니어링을 포함해 사망사고 발생 건설사 전반에 대한 특별점검을 추진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결과를 면밀하게 검토하고 제시된 의견과 권고 사항을 상세하게 분석해 회사 내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문화와 시스템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고 했다.
이어 "현대엔지니어링은 사고의 중대성을 깊이 인식하고 있다"며 "안전 관리 시스템을 근본부터 재점검하며 실질적인 개선과 정비를 진행 중이다. 단발성에 그치지 않고 내부 구성원과 외부 전문가의 고견을 충실히 경청해 점검과 개선 활동을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고 유명을 달리한 고인들께 다시 한번 깊은 애도를 표하며 유가족과 다친 직원과 그 가족들께도 진심 어린 사과 말씀드린다"고 전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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