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가 국내 소비자 3000명을 대상으로 지난 8월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ESG를 고려해 제품을 산 적이 있다’는 응답이 2024년 23.9%에서 2025년 27.7%로 3.8%p 상승했다. ‘ESG 보이콧(비우호 기업 제품을 의도적으로 사지 않음)’ 경험도 14.0%에서 16.4%로 늘었다. 소비는 ESG로 이동하고 있으나 가격 민감성은 여전하고, 가치소비의 ‘선택과 배제’가 동시에 강화되는 흐름이다.

연령대별로는 40대가 ESG 민감도가 높았다. ‘ESG 고려 구매 경험’이 33.3%로 세대 중 가장 높았다. 20대 28.5%, 30대 27.8%, 50대 23.6%, 60대 이상 25.3%였다. 성별로는 여성(28.4%)이 남성(27.0%)보다 소폭 높았다. 투자 경험이 있는 응답자(35.7%)는 없는 집단(9.7%)보다 ESG를 고려한 구매 경험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금융·투자 경험이 ‘ESG 소비’에도 분명한 영향을 주는 셈이다.

가격 프리미엄에 대한 태도는 한층 현실적으로 바뀌었다. ‘추가 지출 의향이 없다’는 응답은 24.2%로 전년 대비 1.4%p 늘었다. ‘1~10% 더 낼 수 있다’는 응답은 50.1%→51.7%로 확대됐다. 반면 ‘10~20% 더 낼 수 있다’는 21.43%→19.80%, ‘20~30%’는 3.90%→3.00%, ‘30% 이상’은 1.73%→1.23%로 일제히 낮아졌다. ESG 구매층은 커졌지만 추가 지불 범위는 10% 이내로 집중되는 양상이다. ‘ESG 스토리텔링’만으로는 높은 프리미엄을 정당화하기 어렵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ESG 소비 확산
‘부정적 ESG 이미지’를 갖고 있는 기업에 대한 소비자 행동도 달라졌다. ‘일부러 사지 않았다’는 응답은 2024년 14.1%에서 2025년 16.4%로 2.3%p 늘었다. ESG 이미지가 ‘매출’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진 것이다. 특히 여성(18.4%)은 남성(14.3%)보다 ESG 이미지가 부정적인 기업에 대한 불매 경험이 많았다.
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올해 ESG 브랜드 평가는 다음 3가지 결과로 요약된다. 첫째, ESG를 고려한 제품 구매와 불매 비율이 증가했다. 소비재 기업의 경우 ESG 경영 이미지가 매출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해야 한다. ESG를 고려한 제품 구매 경험도 점진적으로 늘고 있다.
둘째, ‘가성비 ESG’가 승부처다. 긍정적 ESG 이미지를 지닌 제품이라도 10%를 초과하는 비용을 소비자가 지불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ESG 프리미엄이 주는 체감 효용을 증명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에너지 비용 절감, 내구성 개선, 중고 가치 등 경제적 근거를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
셋째, ‘리스크로 인한 매출 하락’에 대비해야 한다. 불매 경험 증가에서 알 수 있듯, ESG 사건·사고는 매출과 주가로 연결될 수 있다. 특히 투자 경험은 ESG를 고려한 제품 구매 경험과 불매 경험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결론적으로, 한국 소비자는 ‘지갑은 열되, 계산은 더 깐깐해진’ 모습이다.
IT·가전·식품, ESG 브랜드 인지도 높아
한편 ESG 제품 브랜드 인지도는 지난해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ESG를 고려한 제품 브랜드 중 떠오르는 것이 있다면 최대 5개까지 적어달라고 했을 때 가장 많이 언급된 제품 브랜드 상위 10개는 갤럭시, 파타고니아, 삼다수, LG그램, 매일우유, 스타벅스, 아이시스, 아이오닉, 아이폰, 코카콜라다. 이 외에도 20위권에는 지구식단, 비비고, 비스포크, 크리넥스, 톤28, 디오스, 진라면, 노브랜드, 기아차 EV, 아로마티카가 포함됐다.

갤럭시·파타고니아·삼다수 등 친환경·지속가능 브랜드로 꼽혀
지난해 조사에서는 제품명이 아닌 기업명으로만 응답한 결과를 합산했으나 올해 평가는 기업명이 아닌 제품명을 구체적으로 적시한 주관식 문항만 결과에 반영했다. 기업명과 제품명을 사실상 분리할 수 없는 스타벅스, 코카콜라 등은 기업명을 결과에 포함했다. 이에 따라 올해 설문에서는 유한킴벌리 대신 크리넥스, CJ제일제당 대신 비비고, 오뚜기 대신 진라면 등이 10대 ESG 제품 브랜드에 이름을 올렸다.
상위 10개 브랜드에는 갤럭시, 아이폰, LG그램, 아이오닉처럼 IT·가전 중심 브랜드와 소비재·생활밀착형 브랜드가 나란히 포함됐다.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제품군과 혁신 이미지를 지닌 IT 브랜드에 대한 선호가 높았다. 마찬가지로 11위부터 20위 브랜드에는 지구식단, 톤28, 아로마티카 등 ‘친환경·지속가능’ 특화 브랜드가 대거 올랐다. 비스포크·디오스 같은 에너지 효율성을 내세운 가전 브랜드가 포함된 것도 주목할 만하다.
이승균 한경ESG 기자 cs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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