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은 인공지능(AI) 경쟁에서 미국에 뒤질 것입니다. 미국은 중국과 다르게 혁신할 수 있고 실험할 자유가 있습니다.”
제임스 로빈슨 미국 시카고대 정치학과 교수는 19일 세계경제학자대회가 열린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포용적(inclusive) 제도를 갖춘 국가가 AI 분야에서도 앞서 나갈 수 있다”며 미국과 중국의 AI 패권 경쟁에서 미국이 승리할 것으로 예견했다.
로빈슨 교수는 중국이 과거 냉전 시대 소련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소련도 스탈린 집권 시기에 우편 발송, 로켓 개발 등 많은 부분에서 성공을 거뒀지만 오래가진 못했다”며 “중국의 AI 발전도 일시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로빈슨 교수는 AI가 세계 경제 성장을 이끌 것이라고 봤다. 그는 “AI가 생산성을 크게 향상하고 있다”며 “특히 의료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AI 기술 수준과 관련해선 “일반적으로 선진국에 비해 조금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보조금 등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할 것 같다”고 했다.
이번 방문을 포함해 올해만 다섯 차례 한국에 방문한 그는 한국이 이룬 경제 성장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한국의 발전사는 매우 성공적인 자본주의의 모습을 보여줬다”며 “경제적 집중이 있었지만 일시적이었다”고 했다.
한국의 경제 성장이 ‘재벌’ 중심의 ‘착취적 성장’이라는 비판에 대해선 “큰 그림으로 평가하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느 국가에나 경제적 집중이 있다”며 “중요한 것은 민주주의로의 전환이 이뤄진 이후 한국 성장이 가속화됐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착취적 성장이었다면 이런 성장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는 경제 성장의 배경에 한국의 포용적 제도가 자리 잡고 있다고 짚었다. 로빈슨 교수는 “사회적 이동성과 기업가정신을 높이는 데 포용적 제도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며 “북한이었다면 정주영 회장 같은 기업가가 나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로빈슨 교수는 네이선 넌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경제학과 교수와 한 대담에서도 한국의 경제 발전에 관해 언급했다. 로빈슨 교수와 넌 교수는 모두 정치경제학·경제사 분야 석학이다.
로빈슨 교수는 “한국에 박정희 대통령이 있었던 것은 행운”이라며 “북한은 전형적인 착취적 정치·경제 제도를 구축했지만 남한은 훨씬 포용적인 제도를 발전시켰다”고 설명했다. 또 “가족 소유 기업은 항상 생산성이 낮다는 경제학 통념이 있지만 한국에서는 가족·기업·정부·사회가 맞물리며 재벌 시스템이 작동할 수 있었다”며 “산업 정책도 문화적 기반에 따라 매우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부연했다.
강진규/임다연 기자 josep@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