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설웅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금융통화연구실 부연구위원은 1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학자대회에서 ‘초고령사회에서의 거시경제 정책 과제’를 주제로 발표하며 이렇게 진단했다. 이재원 한은 경제연구원장과 황 위원 등 연구진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급격한 인구 구조 변화가 실질금리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한국의 실질금리는 1991~2019년 다른 국가보다 높게 유지되다가 이후 하락세로 전환됐는데, 주요 요인을 고령화로 설명한 것이다.
연구진은 출산율과 기대수명이 1991년 수준(합계출산율 1.71명, 기대수명 72.2세)으로 유지됐다면 지난해 기준 균형 실질금리는 현재보다 약 1.4%포인트 높았을 것으로 추정했다. 황 위원은 “실질금리를 낮추는 핵심 요인은 출산율 하락보다 기대수명 증가”라며 “기대수명이 늘어나면 은퇴 후를 대비한 저축이 증가하고, 결국 총저축률 상승이 금리 하락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출산율 하락은 저축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지만 장기적으로 성장 둔화를 심화하는 더 중요한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황 위원은 인구 구조는 한번 변화하면 회복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문제도 지적했다. 그는 “아이들이 성장해 노동시장에 진입하기까지 수십 년이 필요하기 때문에 회복 효과가 나타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이런 조건들은 중앙은행이 필요할 때 금리를 인상하는 능력을 제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단기적 경기 부양책이 아니라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지난해 0.75명이던 한국 합계출산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1.58명)으로 회복되고 생산성과 고령자 고용이 증가하면 2070년까지 실질금리와 경제성장률이 연평균 약 1%포인트씩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진 발표에서 장훈 한은 부연구위원은 OECD 28개국, 7173개 은행의 장기 데이터를 분석해 인구 고령화가 금융시스템 안정성에 미치는 영향을 짚었다. 그는 “고령 인구 비중이 높을수록 부실채권 비율이 증가하는 상관성이 확인됐다”며 “인구 고령화는 은행의 자본 적정성과 건전성을 약화하고 파산 위험을 높여 금융 안정성을 실질적으로 위협한다”고 진단했다. 특히 그는 중소형 은행일수록 충격이 크고, 주택담보대출에 크게 노출된 은행은 더 큰 위험에 직면한다고 설명했다.
장 위원은 고령화 리스크에 대한 정밀한 평가, 중소 금융회사 맞춤형 지원, 고령층이 자산을 강제로 매각하지 않고도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정책 수단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임다연 기자 all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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