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의 핵심 쟁점은 ‘사용자 범위 확대’다. 개정안은 하청 노조가 ‘실질적 지배력’을 가진 원청에 교섭을 요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줬지만, 정작 이 실질적 지배력의 구체적 기준은 제시하지 않아 논란을 키우고 있다.
교섭창구 단일화 문제도 해결되지 않은 채 미궁에 빠졌다. 현행법은 한 사업장에 복수 노조가 존재하면 대표 노조와만 교섭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개정안은 원·하청 노조 간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는 침묵하고 있다.
여당은 이를 정부에 떠넘겼다. 정부는 이 중대한 과제를 시행 전 6개월간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보완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시행령이나 시행규칙 개정으로 보완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여당과 정부는 노란봉투법의 졸속 입법 우려에 대해 “과대 포장됐다”는 입장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시중에서 과도하게 의혹을 증폭하는 건 국가 경제 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며 “그간 노동위원회나 법원에서 나온 판례를 판단 기준으로 법제화하는 과정이며 전문가 현장 의견도 충분히 들어 기업들이 우려하지 않는 수준에서 기준을 만들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원청과 하청 노조 ‘교섭’과 관련한 실질적 지배력에 대해 확립된 대법원 판례는 없다. 원청의 ‘하청 노조에 대한 부당노동행위’에 관해서만 2010년 현대중공업 사건 대법원 판결이 있다. 법학자들도 법원 판결을 그대로 입법화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한국노동법학회 정책토론회에서 이준희 광운대 법학부 교수는 “노란봉투법에서 말하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지 여부는 법원 판결을 통해 결정될 수밖에 없는 매우 추상적인 개념”이라며 “현행 개정안은 ‘예측 가능성’이 없어 시행 과정에서 부작용만 양산할 소지가 있다”고 꼬집었다.
시행령 등에 위임한다는 정부 주장에 대해서도 “총칙에 있는 사용자 정의만 바꾼다고 노조법 각칙에 있는 다양한 규정이 저절로 바뀌는 것이 아니다”며 “다른 연관 법률, 하위 법령 등 세부 규정을 모두 살피고 개정해야 하는데 그런 입법적 검토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짚었다.
이 교수는 특히 “다양한 전문성을 가지고 건실하게 성장해 가는 중소기업인 하청업체, 독자적 기술력을 축적하며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체계를 만들어 가고 있는 기업들이 분명히 존재한다”며 “이들을 외면하고 주로 제조 대기업인 원청을 하청업체 근로자의 사용자로 일반적으로 간주하면 한국 노동시장 구조가 원청 대기업만으로 단순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대기업만 남아 있는 나라가 되는 것이 바람직한지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권오성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원청 노조와 하청 노조가) 교섭 창구를 단일화해야 하는 현행 제도가 존재하는 상태에서 노동조합법 개정안이 통과된다고 어떤 변화가 있을지 솔직히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일반 국민 4명 중 3명은 노란봉투법이 노사 갈등을 키울 것으로 우려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민 1200여 명을 대상으로 지난 14일부터 5일간 실시한 온라인 설문 결과 ‘노조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산업현장의 노사 갈등은 어떻게 될 것으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76.4%가 ‘지금보다 심화할 것’이라고 답했다. 응답자의 80.9%는 ‘개정안이 통과되면 파업 횟수와 기간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경영상 판단도 노동쟁의 대상이 된다’는 내용에 공감한 응답자는 8.2%에 불과했다.기업들의 우려는 더 크다. 대한상의가 600개 국내 기업과 167개 외국인 투자기업을 대상으로 노란봉투법 대응 방안을 설문한 결과 응답 기업의 45.0%(복수응답)가 ‘협력업체 계약조건 변경 및 거래처 다변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40.6%는 ‘국내 사업 축소·철수·폐지를 고려한다’고 했다.
곽용희/김진원/남정민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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