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 베고나 고메스의 공금 횡령 혐의로 수세에 몰린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가 퇴진 압박에 직면했다. 총리의 동생과 참모, 보좌관까지 잇달아 부패 수사 대상에 오르면서 정치적 입지가 더 위축됐다는 분석이다.
마드리드 고등법원은 19일(현지시간) 고메스가 오는 9월 11일 법정에 출석해 증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메스는 지난해 직권 남용 및 부패 혐의로 기소된 데 이어 공금 횡령 혐의가 추가돼 예심 조사를 받는다.
고메스는 마드리드 콤플루텐세 대학에 재직하는 동안 크리스티나 알바레스 총리실 보좌관에게 일을 돕도록 지시하고, 국가 예산을 활용해 급여를 지급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고메스뿐 아니라 총리 동생인 다비드 산체스도 부패 혐의로 조사 중이다. 총리 측은 극우 단체의 고발과 일부 언론 보도를 근거로 부당하게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입장이다. 두 사건 모두 극우 성향 단체의 고발장을 기반으로 수사가 시작됐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산체스 총리는 “가족이 우파 진영의 조직적인 압박에 희생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오스카 로페스 디지털전환부 장관은 이날 국영방송 RNE에 출연해 “이번 기소는 분노할 일”이라며 수사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산체스 총리 측근들도 줄줄이 법원 조사를 받고 있다. 총리의 오른팔로 불렸던 산토스 세르단 의원을 비롯해 루이스 아발로스 전 교통부 장관, 콜로 가르시아 보좌관은 기업으로부터 뇌물을 수수하고 건설 계약 대가로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으로 조사 중이다. 이 중 세르단 의원은 지난 6월부터 구금 상태다. 산체스가 2022년에 임명한 검찰총장도 재판을 앞두고 있다. 총리 정적의 사생활을 유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년 넘게 이어진 부패 의혹으로 정치적 타격을 입은 산체스 총리에게 이번 기소가 또 다른 충격을 줄 수 있다고 봤다. 올해 초 산체스가 이끄는 소수 정부는 주요 입법안 추진에 실패했다. 여기에 각종 부패 의혹까지 더해지며 총리가 신뢰를 잃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야당인 국민당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줄곧 총리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세르히오 사야스 국민당 의원은 이번 고메스 기소와 관련해 X(옛 트위터)를 통해 “스페인은 반려동물을 제외하면 무혐의 측근이 하나도 없는 총리를 가질 이유가 없다”며 “산체스는 당장 사임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산체스 총리는 지난해 고메스에 대한 예비 조사 착수 소식이 알려지자 사퇴 여부를 고민하기 위해 5일간 공식 일정을 중단하기도 했다.
한명현 기자 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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