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중앙통신은 20일 “김 부부장이 전날 외무성 주요 국장들과 협의회를 열어 한국 정부의 기만적인 유화공세의 본질과 이중적 성격을 신랄히 비판하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대외정책 구상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김여정은 “확실히 이재명 정권이 들어앉은 이후 조한(남북) 관계의 '개선'을 위해 무엇인가 달라진다는 것을 생색내려고 안깐힘을 쓰는 진지한 노력을 대뜸 알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아무리 악취 풍기는 대결 본심을 평화의 꽃보자기로 감싸도 자루 속 송곳은 감출 수 없다”고 말했다.
김여정은 이 대통령이 ‘작은 실천이 조약돌처럼 쌓이면 상호 간 신뢰가 회복될 것’이라고 지난 18일 발언한 내용 등을 들며 “그 구상에 대하여 평한다면 마디마디, 조항조항이 망상이고 개꿈”이라고 혹평했다. 그러면서 “고장난명(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이라고 그런 결의를 저 혼자 아무리 다져야 무슨 수로 실천하겠는가”라고 꼬집었다.
김여정은 “문재인·윤석열의 정권 교체는 물론 수십 년간 한국의 더러운 정치 체제를 신물나도록 목격하고 체험했다”며 “이재명은 이런 역사의 흐름을 바꾸어 놓을 위인이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 개인을 직접 거론한 메시지를 낸 북한은 이날 정동영 통일부 장관, 안규백 국방부 장관, 조현 외교부 장관의 이름도 차례로 지목하며 비난했다. 김여정은 이재명 정부의 긴장완화 정책에 대해 “뻔히 알면서도 평화 시늉과 관계 개선에 대한 횡설수설을 계속하는 것은 조한관계가 되돌려지지 않는 책임을 우리에게 씌우자는 고약한 속심이 깔려 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한국에 대한 비난을 지속하는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협상에서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는 데 한국을 걸림돌로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한국이 평화와 대화 지원 등을 내세워 북·미 사이에 개입할 수 있어 북한이 부담을 느끼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김여정의 대남 비방 메시지와 관련해 “이재명 정부의 한반도 평화를 위한 선제적 조치들은 일방의 이익이나 누구를 의식한 행보가 아니라 남과 북 모두의 안정과 번영을 위한 것”이라며 “북 당국자가 우리의 진정성 있는 노력을 왜곡해 표현하는 것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통일부도 이날은 “남과 북 주민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한반도 평화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남북이 서로 상대방을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메시지를 냈다. 다만 대통령실은 “정부는 적대와 대결의 시대를 뒤로 하고 한반도 평화 공존과 공동 성장의 새 시대를 반드시 열어나갈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한편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지난 18일 보고서를 통해 북한 영변에 우라늄 농축시설로 추정되는 건물이 신설됐다고 밝혔다. 지난 1년간 위성사진과 관련 정보를 분석한 결과 영변에서 작년 12월 신규 시설 건설이 시작됐고 지난 5월 시설 외부 공사가 종료됐다. 이 시설이 평양 인근 강선의 우라늄 농축시설과 비슷하다는 분석이다.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추가 핵실험 준비 상태도 계속 유지하는 것으로 IAEA는 파악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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