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의료계는 이러한 기준을 바탕으로 고령자의 노쇠(Frailty) 상태를 중요한 건강 지표로 보고 있다. 노쇠는 만성질환 악화, 낙상, 기능장애, 사망 위험을 높이는 주요 요인으로, 고령 운전자의 안전과도 직결된다.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일부 국가는 고령 운전자 사고 예방을 위해 운전면허 반납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반납률은 낮고, 고령 운전자 비율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운전을 중단한 고령자에서 우울증, 인지 기능 저하, 요양시설 입소율 증가와 같은 부정적 결과가 나타난다는 점이다 (Chihuri et al., J Am Geriatr Soc, 2016).
따라서 단순히 ‘면허 반납’을 권고하는 방식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신체 나이를 기반으로 한 객관적 신체 기능 검사라는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신체 기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대표적 도구가 SPPB(Short Physical Performance Battery) 검사다. SPPB는 정적 균형, 보행속도, 앉았다 일어서기 세 가지 항목으로 구성되며, 1987년 미국 국립보건원(NIH)에서 개발되어 지금까지 5천 건 이상의 연구로 검증되었다. 근감소증과 노쇠 진단, 암 수술 예후, 만성질환 관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국내 2023년 근감소증 진료지침에서도 신체기능 저하 측정의 우선 권고 검사로 제시되었다.
특히 미국 자동차협회(AAA) 교통안전재단이 진행한 LongROAD 연구는 65세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종단 연구로, SPPB 점수가 고령 운전자의 이동능력(space mobility)과 위험 운전 식별에 높은 설명력을 가지며, 점수가 낮을수록 충돌 사고 위험이 크게 증가한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AAA Foundation for Traffic Safety, LongROAD Study). 이는 신체 기능 개선이 단순한 건강 문제를 넘어 교통 안전과 직결됨을 보여준다.
현재 국내 상업용 차량 운전자 적성검사에는 “일어나 빠르게 걷기 검사(TUG test)”와 악력 검사가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체계적 문헌고찰(Mielenz et al., Injury Epidemiology, 2017)에 따르면, TUG 검사는 고령자의 운전 빈도나 운전 중단 여부 등 핵심적인 driving outcomes을 설명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SPPB 검사는 신체 기능과 운전 위험도를 예측하는 데 높은 타당도를 보였으며, LongROAD 연구에서도 주요 신체기능검사 프로토콜로 채택될 만큼 활용도가 높다.
또한 사회적 관점에서도, 신체 기능 저하는 단순히 운전 중단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울증, 인지 기능 저하, 요양시설 입소율 증가로 이어져 개인의 삶의 질 저하와 사회적 비용 상승을 초래한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에서 보고되고 있다(Chihuri et al., 2016).
전자동화된 SPPB 솔루션의 도입으로 병원, 연구기관, 요양시설 등에서 신체 기능 검사가 간단하고 신속하게 가능해졌다. 약 3분 만에 자동으로 결과를 도출할 수 있어 고령자의 기능 저하를 빠르게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맞춤형 운동·영양 중재를 설계할 수 있다.
이러한 시스템은 단순한 평가에 그치지 않고 신체 기능 개선 효과를 분석하며, 운전 능력과 안전성을 평가하고, 면허 반납 캠페인과 연계하는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다. 이를 통해 고령자의 안전 운전을 지원하고, 면허 반납 과정의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며, 궁극적으로는 삶의 질 유지와 사회적 비용 절감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단순한 숫자 나이가 아니라 신체 나이이다. 신체 나이, 즉 신체 기능이 좋은 고령자는 운전을 안전하게 지속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하며, 반대로 기능 저하로 인한 무리한 운전은 조기에 중단함으로써 개인의 삶의 질을 지키는 동시에 사회 전반의 더 큰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도움말 : 길보라 (간호사, DYPHI I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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