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테이블코인 ‘USDC’ 발행사인 서클인터넷그룹(CRCL)이 히스 타버트 총괄 사장의 방한을 앞두고 국내 투자자의 관심을 끌고 있다. 서클은 올해 상반기 미국 증시에서 가장 주목받은 기업 중 하나다. 지난 6월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한 이후 주가는 공모가(31달러) 대비 10배 가까이 급등하며 300달러에 육박했다. 최근엔 조정 국면에 들어섰지만 규제 수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며 투자자들의 관심은 여전히 높다.
서클은 미국 보스턴에 본사를 둔 핀테크 기업이다. 미국 달러에 일대일로 연동된 디지털 자산인 USDC를 발행하고 관리한다. USDC는 발행 수량만큼 달러 또는 미국 국채 등을 준비금으로 보관해야 한다. 매월 회계법인의 감사를 통해 준비금 내역을 공개하며 투명성을 강조하고 있다.
서클의 매출은 대부분 준비금 이자 수익에서 나온다. 지난 2분기 6억5810만 달러(약 9200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이 중 준비금 이자 수익이 6억3000만 달러(8800억여 원)에 달했다. USDC 준비금 이자 수익은 전년 대비 49.9% 증가하며 매출을 견인했다. USDC 유통량이 꾸준히 늘어난 것이 성장세를 견인했다. USDC 유통량은 6월 말 기준 613억 달러(약 85조7000억원)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90.2% 증가했다. 8월 10일 기준 유통량은 652억 달러(약 92조원)로 2분기 말 대비 6.4% 성장했다.
서클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전통 금융과 암호화폐 금융을 연결하는 결제 인프라 사업도 한다.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한 API 서비스를 통해 USDC 기반의 글로벌 결제, 송금, 정산이 가능하도록 지원한다. 국경을 넘는 실시간 결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디파이(탈중앙화 금융), NFT, 블록체인 게임, 핀테크 기업 등에 USDC를 활용한 다양한 금융 도구와 인프라를 제공한다.
블록체인 네트워크 파트너십이 확대되며 인프라 사용료와 거래 수수료도 늘고 있다. 서클페이먼트네트워크(CPN)와 USDY(MMF 토큰) 이용료 등이 추가되며 2분기 기타 매출은 2380만 달러로 251.8% 급증했다.
가상화폐 업계에선 USDC의 성장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또 다른 스테이블코인인 테더(USDT)에 비해 규제 친화적이고 기관 수요에 유리하다는 점에서다. 결제 인프라와 연계성이 뛰어나다는 것도 강점이다. 서클은 이런 USDC의 장점을 내세워 바이낸스, OKX 등 주요 거래소와의 파트너십을 늘리고 있다. 비자, 마스터카드 등의 주요 결제 수단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회사 측은 네트워크효과가 크게 작용하는 스테이블코인의 특성상 USDC 유통량이 연평균 4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수익 구조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다. 서클은 2분기 전체 매출이 전년 대비 53% 증가했지만 이 기간 순손실은 4억8210만 달러에 달했다.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분기엔 IPO 관련 비용 5억9100만 달러가 반영된 탓에 손실 규모가 컸다.
주요 유통 파트너인 코인베이스와의 수익 분배 구조도 부담이다. 코인베이스 사용자 계정에 예치된 USDC에서 발생하는 이자 수익은 코인베이스에 귀속된다. 김유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인베이스가 보유하고 있는 USDC 잔액이 증가하며 서클의 2분기 유통 및 거래 비용은 전년 대비 63.8% 증가한 4억 달러였다”며 “유통 채널이 다변화되면 의존도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서클은 IPO 시장에 화려하게 데뷔했지만 높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과 수익성 악화 우려로 투자자들의 엇갈린 평가를 받고 있다. 주가는 상장 직후 299달러까지 급등했다가 최근 130달러대로 하락했다. 고점 대비 50% 이상 떨어진 것이다.
유상증자 소식이 주당순이익(EPS) 하락 우려를 키우며 주가를 끌어내렸다. 서클은 최근 클래스A 보통주 1000만 주를 130달러에 발행하는 유상증자를 발표했다. 이 중 200만 주는 신주로 주가 희석 효과는 약 53.3%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서클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200.5배,
EV/EBITDA는 65.6배에 달한다”며 “실적은 양호했지만 주가가 너무 높고 차익실현 매물로 인해 당분간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증권가의 평가도 엇갈린다. JP모간과 미즈호는 서클에 대해 각각 89달러, 84달러의 목표주가를 제시했다. JP모간은 8월 19일 서클의 목표주가를 80달러에서 89달러로 상향 조정했지만 여전히 ‘비중 축소’ 의견을 제시했다. JP모간은 “이자 수익 감소와 USDC 성장 둔화 시 현재 주가는 절반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100달러 이상의 목표주가를 제시한 곳도 적지 않다. 최근 3개월간 서클에 대해 투자의견을 제시한 17개 증권사의 평균 목표가는 178.61달러였다. 현재 주가 대비 16.6%의 상승 여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목표주가의 최고치는 358달러였다.
일각에선 미국 의회가 추진 중인 스테이블코인 규제 법안 ‘지니어스 액트(GENIUS Act)’가 서클과 같은 제도권 기업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규제가 명확해지면 USDC의 결제와 외환 활용도가 높아지고 매출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고정비와 운영비 부담이 크다는 점은 걸림돌이다. 테더(USDT)를 비롯해 향후 스테이블코인의 점유율 경쟁이 심화할 수 있다는 것도 리스크 요인이다. 전문가들은 “규제 수혜를 온전히 받지 못할 경우 주가에 반영된 거품이 빠르게 꺼질 수 있다”며 “단기 모멘텀과 중장기 방어적 접근이 필요한 종목”이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수익성 개선이 확인되기 전까지는 분할 매수와 분할 매도를 병행하는 방어적 전략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서클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제도권 금융으로 편입되는 첫 사례가 될 수 있지만 아직은 성장과 리스크가 공존하는 과도기”라며 “투자자들은 장밋빛 기대와 냉정한 리스크 관리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예진 한국경제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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