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내 증시의 주가순자산비율(PBR·Price to Book Ratio)을 “10 정도”라고 발언한 것을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야당은 맹공을 퍼부었고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새 정부 증시 부양 정책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면서 실망감이 확산되고 있다.
구 부총리는 8월 1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회의에서 “우리 코스피 PBR이 얼마인지 아느냐”는 더불어민주당 이소영 의원의 질의에 “10 정도 안 되느냐”고 답했다. 이에 이소영 의원은 “1.0이다. 대만이 2.4, 일본이 1.6이고 신흥국 평균도 1.8”이라고 답했다.
현재 코스피 PBR은 1배 수준이다. 구 부총리의 답변과 약 10배 차이다. PBR이 10이 된다면 코스피는 3만 선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코스피의 현주소는 지난 6월에야 오랜 박스피를 뚫고 3000선을 간신히 넘어선 상황이다.
구 부총리의 발언이 알려지면서 정치권과 투자자 사이에서는 “경제수장이 PBR 10배를 언급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성토가 이어졌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을 두고도 구 부총리와 이 의원은 설전을 벌였다. 구 부총리가 “남북한의 관계도 우리 주식시장의 PBR을 줄이는 큰 요인”이라고 언급하자 이 의원은 “남북관계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이었던 건 옛날 이야기”라며 “우리보다 안보가 더 불안정한 대만도 자본시장이 훨씬 활성화돼 있다”고 반박했다.
또 이 의원이 “정부 정책으로 코스피가 정상화될 것이라는 국민적 기대감이 큰데 7월 이후 정부 노력이 실종됐다”고 비판하자 구 부총리는 “자본시장 플레이어인 기업들이 경쟁력을 갖지 않은 상태에서 증권거래세를 낮춰 국민들을 주식시장에 뛰어들게 만들었다가 ‘부동산에 그냥 둘 걸’ 하는 생각이 들면 안 된다는 책임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세제 지원보다 기업의 체질 개선을 중시하겠다는 의견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코스피 흐름이 본질적으로 미국 증시와 직결된 상황에서 경제부총리의 일부 수치 혼선을 증시 변수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배당소득 분리과세 기준과 대주주 요건이 크게 강화되며 새 정부의 증시 부양 정책의 상승세가 한풀 꺾인 상황에서 구 부총리의 이 같은 발언은 개인투자자의 분노를 사고 있다. 양도세 내는 대주주 기준을 10억원으로 강화하는 방안은 논란 속에 아직도 결론이 안 났고 주주환원을 늘릴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배당소득 분리과세도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이번 발언으로 동학개미들이 충격을 받은 이유는 기본적으로 경제수장이 틀린 답을 했기 때문이 아니다”라며 “적어도 주가와 현재 우리 자본시장이 저평가되고 있단 얘기가 어떤 의미고 왜 저평가되고 있는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없었다고 느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코스피 5000을 꿈꾸며 출범한 이재명 정부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가 컸던 만큼 그 경제수장도 자본시장에 대한 깊은 이해와 애정을 보여줄 걸 기대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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