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마포구 한 오피스텔을 1년 반 넘게 괴롭혀온 '60X호 소음 전쟁'이 드디어 막을 내렸다. 수십 차례의 주민 신고에도 "방법이 없다"는 답만 돌아오던 상황이 경찰과 구청의 현장 개입으로 이어지면서, 소음원이 철거되고 거주자는 경찰 조사를 받게됐다.
21일 마포구청과 해당 오피스텔 관리사무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경찰·119가 현장을 방문해 문제의 원인이던 대형 우퍼 스피커를 제거했으며 소음을 내던 60X호 거주자도 경찰서로 인계됐다.
입주민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안전을 위해 에어매트를 깔고 문을 열자 내부에서는 사람 몸집만 한 대형 우퍼 스피커가 발견됐다. 집 안은 발 디딜 틈 없이 쓰레기로 가득한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1년 넘게 이어지던 소음이 이날을 기점으로 멈췄다"며 "상황이 일단락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지난 13일자 한경닷컴 보도(1년 넘게 '60X호 전쟁'…"불 지를까 무섭다" 입주민 '공포')를 통해 실소유주라 임대인 제재가 불가능하고, 주민 고통에도 50차례 넘는 경찰 신고가 사실상 무력했던 소음 문제에 관련한 오피스텔의 구조적 한계의 현실이 드러난 직후 이뤄졌다.
박강수 마포구청장도 현장에서 함께 했다. 박 구청장은 지난 18일 직접 오피스텔을 찾아 주민 피해 상황을 확인했고, 이후 경찰·119와의 공조가 본격화됐다. 구청장까지 직접 발 벗고 나서면서 수개월간 표류하던 사태가 급물살을 탄 셈이다.
지난 12일 기자가 찾았을 당시, 6층 복도는 발바닥에 '웅' 하고 울릴 정도의 진동으로 가득했고, 벽면에는 입주민들이 직접 쓴 호소문이 빼곡히 붙어 있었다. 데시벨 측정기는 최대 70~75dB을 기록해 '시끄러운 사무실' 수준이 24시간 내내 이어졌다.

그러나 이날 재방문한 현장은 달라져 있었다. 손글씨 호소문은 모두 사라졌고, 복도 진동도 멎었다. 문 앞에 붙어 있던 "게임 등 소음 발생주의", "최종 경고" 안내문도 철거됐으며, 문에 귀를 대도 규칙적인 저음은 들리지 않았다.
소음은 지난해 여름 세탁기 진동과 비슷한 소리로 시작됐지만, 올해 들어 우퍼 스피커에서 총소리·괴물 비명·여자 비명 같은 소리까지 흘러나오며 범위가 3층부터 13층까지 확산했다. 일부 세대에서는 부엌 타일이 떨어지고 찬장의 그릇이 진동으로 낙하했으며, 벽지가 터져 재산 피해까지 번졌다.
실제로 최근에는 알코올 도수 50도 이상의 담금주와 대형 스피커가 배송된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혹시 술 먹고 불 지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증폭됐다.
이번 후속 조치로 주민들은 한숨을 돌렸다. 한 입주민은 "보도가 나가고 나서야 당국이 움직였다. 그제야 집에서 제대로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다"며 "지옥 같은 일상이 끝난 것 같아 좋다"고 말했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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