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청도에서 발생한 무궁화호 사고가 예견된 인재(人災)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가 올해 초 작성된 공공기관 안전 평가 보고서에서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철로 인접 공사’ 관리가 부실하다 위험성을 경고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정부의 사전 경고에도 4년 연속 안전성 평가에서 C등급을 받은 한국철도공사의 안전불감증이 이번 참극을 빚어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21일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실이 공개한 ‘2024년도 한국철도공사 안전활동 수준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은 올해 초 이미 철도공사의 '선로 인접 공사'에 대한 관리 부실을 지적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9일 경북 청도역 인근 선로에서 발생한 무궁화호 사고로 작업 중이던 근로자 7명이 치여 2명이 숨지고 5명이 다친 바 있다. 보고서는 “위험성 평가 내용에 상시 운행하는 열차의 선로 인접공사 ‘충돌사고’에 대한 내용이 충분히 검토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현장 작업자의 안전 확보를 위해 마련된 매뉴얼이 현장 의견을 제대로 거치지 않고 작성됐다는 의미다. 이어 “역사 신축현장 등 철로 인접 공사의 위험 요소 파악에 그밖에 필요한 정보를 수집·제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선로 인접공사 충돌사고에 대한 위험성 파악과 평가가 부실하다는 지적이다.
공사의 부실한 안전관리 실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철도공사는 최근 4년 연속으로 공공기관 안전활동 수준평가에서 ‘C등급’을 받았다. 평가 대상인 전국 175개 공공기관 가운데 4년 연속 C를 받은 곳은 공사와 한국연구재단 등 4곳에 불과하다. 2016년부터 시작된 공공기관 안전활동 수준평가는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관리 체계 강화 필요성이 부각되면서 도입한 제도로 산업재해 예방과 안전문화 확산 위해 2018년 이후 전 공공기관으로 확대 적용돼 매년 정기 시행된다.
철도공사뿐만 아니라 국가 인프라의 핵심 축인 철도 관련 공공기관들의 안전 관리도 총체적 부실 상태다. 김위상 의원실이 근로복지공단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한국철도공사, 서울교통공사, SR 등 '철도운용사'에서 발생한 산재 사망자(유족급여 승인 기준)는 총 7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건설업계 산재 사망자 1위인 대형 건설사의 승인 건수(5건)를 웃돈다. 대기업 제조업체 중 최다 승인 건수(7건)와 같다.
공공기관 안전활동 수준평가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최근 5년간 공공기관 안전활동 수준평가에서 국가철도공단은 4년 연속 ‘낙제점’인 C등급을 받았다. 전체 175개 공공기관 가운데 4년 연속 C를 기록한 곳은 철도공단과 한국연구재단 등 5곳뿐이다. 한국철도공사와 철도기술연구원 역시 장기간 C등급에 머물며 사실상 ‘안전 불감증’이 고착화됐다. 반면 코레일의 경쟁사인 SR은 2023년 한 차례를 제외하면 비교적 안정적으로 B등급을 유지해 대조적이다.
김위상 의원은 "거듭된 대형 사고에도 불구하고, 국내 철도기관들의 산재가 오히려 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실효성 있는 철도기관 맞춤형 안전관리체계 구축이 시급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서울교통공사와 같이 산업안전과 직결된 대형 지방공기업이 평가 대상에서 빠져있는 문제도 조속히 개선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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