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청도역 인근에서 무궁화호 열차가 작업자를 치어 두 명을 숨지게 한 사건은 ‘예견된 인재(人災)’인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가 올해 초 공공기관 안전 평가 보고서에서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철로 인접 공사’의 위험성을 이미 경고한 것으로 확인되면서다. 4년 연속 안전 활동 평가에서 C등급을 받은 코레일의 안전불감증이 빚어낸 참극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문희 코레일 사장은 사고에 책임을 지겠다며 사의를 밝혔다.
21일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이 공개한 ‘2024년도 한국철도공사 안전 활동 수준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은 올초 이미 코레일의 ‘선로 인접 공사’의 관리 부실을 지적했다. 보고서는 “(코레일의 자체) 위험성 평가에서 상시 운행하는 열차의 선로 인접 공사 ‘충돌 사고’에 대한 내용이 충분히 검토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위험성 평가는 산업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요인을 찾아내고, 해당 위험이 실제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과 심각성을 분석·평가하는 과정이다.보고서는 또 “철로 인접 공사의 위험 요소 파악에 필요한 정보를 수집·제공해 인근 건축 현장 설계자의 위험성 평가 활동 지원을 강화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이런 경고 사항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결국 지난 19일 청도역 인근에서 운행 중이던 경부선 1903호 무궁화호 열차가 수해 지역 비탈면 안전 점검을 위해 이동하던 작업자와 접촉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2명이 사망하고 5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코레일의 부실한 안전 관리 실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코레일은 2021~2024년 4년 연속으로 안전 활동 수준 평가에서 ‘C등급’을 받았다. 평가 대상인 전국 175개 공공기관 가운데 4년 연속 C를 받은 곳은 코레일과 한국연구재단 등 5곳에 불과하다.
공공기관 안전 활동 평가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최근 5년간 평가에서 국가철도공단은 5년 연속 C등급을 받았다. 철도공단은 철도시설을 건설하고 관리하는 기관이다. 그나마 코레일 경쟁사인 SR은 최근 5년 동안 2023년 한 차례를 제외하고 B등급을 유지했다. 김 의원은 “거듭된 대형 사고에도 국내 철도기관의 산재가 오히려 늘고 있다”며 “실효성 있는 철도기관 맞춤형 안전관리체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편 한 사장은 “철도 작업자 사고 발생에 대해 유가족과 국민께 깊이 사과드리고,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며 전날 사고 현장에서 사의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한 사장이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처벌받을지는 미지수다. 이번 사고를 포함해 최근 5년간 코레일에서 산재 사고로 목숨을 잃은 근로자는 총 10명이다. 2022년 한 해에만 사망 사고 4건이 발생했고 당시 나희성 사장이 공공기관장 중 최초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입건됐지만, 회사의 안전보건 조치 이행이 인정돼 불기소(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출석해 “철도 안전 법령 위반 여부 등을 검사해 조사 결과에 따라 엄중히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이재명 대통령이 사고와 관련해 어떤 지시를 했느냐는 의원 질의에 “사건 조사를 철저히 해 진상을 파악하라고 지시했고 법과 원칙에 따라 진행할 수 있도록 잘 살피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답했다.
곽용희/유오상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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