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모든 식사는 일생에 단 한 번뿐이다. 이 책은 그 한 번뿐인 식사를 더 맛있게 하는 방법에 관한 이야기다.”
<천재들의 식탁에서 인문학을 맛보다>의 프롤로그를 읽을 때부터 우리가 매일 먹는 식사가 대단히 중요하다는 걸 깨닫게 된다. 아울러 매 끼니에 감사하며 의미를 부여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 책을 쓴 조성관 작가는 천재 시리즈 10권을 집필한 천재 연구가로 천재와 관련된 책을 지속적으로 발간하고 있다. 이번에는 천재들을 음식과 함께 소개하며 인문학의 성찬을 펼친다.“천재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미식가라는 점이다. 천재는 예민한 감각의 소유자다. 예각적인 심미안을 지속시키려면 미뢰를 설레게 해야 한다”고 전제한 저자는 천재 가운데 독일 작가 요한 볼프강 폰 괴테를 대표적 미식가로 꼽았다.
괴테는 방대한 저작을 남겼는데 그의 작품 중에 미식과 관련된 기록이 상당히 많다. 괴테가 타계하기 2년 전에 완성한 <이탈리아 기행>은 상당 부분이 식도락 이야기로 채워졌다. 괴테의 음식 이야기만 따로 모은 책은 괴테가 자주 말한 “훌륭한 요리 앞에서는 사랑이 절로 생긴다”를 제목으로 삼았다.
아스파라거스를 특별히 좋아한 괴테는 평균수명이 50세 전후였던 19세기 초반에 82세까지 장수했다. 조성관 작가는 “제철 음식으로 자양을 하고 호기심이 살아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분석했다.
음식을 먹다가 음식과 관련된 과거를 회상하게 되는 현상을 ‘프루스트 기억’이라고 한다. 프루스트 기억은 정신분석 용어로 ‘인발런테리 메모리’, 우리말로는 ‘비자발적 기억’ 혹은 ‘불수의 기억’이라고 한다. 이 용어는 마르셀 프루스트의 대표작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비롯되었다. 이 작품은 주인공이 마들렌 과자를 홍차에 적셔 먹는 것에서 시작한다.
소설가 발자크는 당대 작가들이 시가를 즐길 때 커피에 탐닉했다. 빚쟁이에 쫓겨 야반도주할 때도 도자기로 만든 커피포트를 챙겨서 도망갈 정도로 커피를 좋아했다. 베토벤은 아침마다 원두 60알을 골라내 직접 커피를 만들어 마셨고, 바흐는 ‘커피 칸타타’를 작곡할 정도로 커피를 좋아했다.
우리나라 천재 작가 중에도 미식가가 많았다. 시인이면서 최고의 번역가이자 산문가인 백석은 잘생긴 외모까지 더해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신문에 실릴 정도로 신드롬을 일으켰다. 백석 시인이 가장 좋아한 음식은 가자미구이로 그가 쓴 산문에 “동해 가까운 거리로 와서 나는 가재미와 가장 친하다. 광어, 문어, 고등어, 평메, 횃대 생선이 많지만 모두 한두 끼에 나를 물리게 하고 만다. 그저 한없이 착하고 정다운 가재미만이 흰밥과 빨간 고추장과 함께 가난하고 쓸쓸한 내 상에 한 끼도 빠지지 않고 오른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 선생이 세상에서 마지막으로 먹은 음식은 장어덮밥, 즉 우나동이었다. 뇌졸중 후유증으로 몸 한쪽을 쓰지 못한 그는 설날에 일본인 아내가 만들어준 우나동 한 그릇을 다 먹고 잠자리에 들었다가 하늘나라로 갔다.모든 감각이 죽어도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게 미각이라고 한다. 맛에 대한 기억은 뇌에 새겨진 문신처럼 영원히 지워지지 않기 때문이다. <천재들의 식탁에서 인문학을 맛보다>에 실린 재미있으면서 깊이 있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내 안에 있는 천재성과 음식에 대해 생각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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