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사례는 통신망이다. 구리선 대신 광섬유 케이블이 쓰이면서 전송 속도는 수백 배 빨라졌고, 전 세계 초고속 인터넷 시대가 열렸다. 전기차와 스마트폰의 동력원인 리튬이온 배터리 역시 소재 혁신의 산물이다. 음극재, 전해질 같은 핵심 재료의 발전 없이는 지금과 같은 배터리 성능 구현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정인호 서울대 신소재공동연구소장은 “최근 탄소중립과 성능 향상을 동시에 잡기 위한 소재 기술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 촉매는 첨단 세라믹을 기반으로 한 대표적 신소재로, 에너지 전환과 탈탄소산업 전반에서 활용도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고성능 세라믹 촉매는 이산화탄소 저감, 수소 생산, 연료전지 효율 향상 등의 에너지·환경 문제 해결에 핵심 역할을 한다. 수소 촉매 분야 세계 선두 기업인 덴마크의 톱소도 최근 고온 전해와 연료전지용 세라믹 촉매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항공·우주 분야에서는 ‘강철보다 강하고 알루미늄보다 가볍다’는 탄소섬유와 초내열 세라믹 복합재가 핵심이다. 대한항공이 도입 중인 ‘보잉 787 드림라이너’는 동체 절반 이상을 탄소섬유로 제작해 기존 항공기보다 연료 소모를 20~25% 줄였다. 제트엔진에 쓰이는 세라믹 복합재는 부품 무게를 절반 가까이 줄이고, 열에 견딜 수 있는 한계 온도를 수백 도 높인다. 그 결과 연료 효율은 2% 이상 개선되고 엔진 수명은 두 배 이상 늘어난다는 분석이 나온다. 독일 뮌헨공대, 미국 항공우주국(NASA),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가 이 분야 연구를 선도하고 있다.
NASA는 최근 신형 초합금 ‘GRX-810’을 공개했다. 기존 합금 대비 강도는 두 배, 내구성은 1000배 이상 높으며, 고온·고압 환경에서도 최대 2500배 더 오래 견딜 수 있는 특성을 지녔다. 3차원(3D) 프린팅으로 제작이 가능해 차세대 로켓 엔진 소재로 시험이 이뤄지고 있다.
재생에너지 분야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돼온 낮은 발전 효율에서도 신소재가 해결책이 되고 있다. 페로브스카이트 차세대 태양전지는 전하 이동 성능이 뛰어나 발전 효율을 기존 대비 20% 이상 끌어올렸으며, 유럽과 중국에서 시범 생산이 시작됐다.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그래핀도 상용화를 위해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구리보다 100배 전기가 잘 통하고 강철보다 200배 강해 차세대 반도체와 투명 전극 소재로 주목받는다.
최영총 기자 youngch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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