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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과거엔 상상 못했던 경제학 연구…韓 경제학자들은 엄두도 못내

입력 2025-08-22 18:07   수정 2025-08-23 01:44


“인공지능(AI)으로 과거에는 할 수 없었던 경제학 분석이 가능해졌습니다.”(제임스 로빈슨 미국 시카고대 석좌교수)

지난 5일간 서울 삼성동 코엑스를 뜨겁게 달군 ‘세계경제학자대회’가 22일 막을 내렸다. 5년마다 한 번씩 열려 ‘경제학계 올림픽’이라고 불리는 이 대회가 한국에서 개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62개국에서 2500여 명의 경제학자가 서울을 찾아 최신 경제학 이론과 정책적 함의에 대해 활발한 논의를 펼쳤다. 5일간 현장을 취재하며 가장 크게 느낀 건 AI와 빅데이터를 방법론으로 활용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발표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지리경제학 분야 세계적 석학 마테오 마지오리 미국 스탠퍼드대 석좌교수는 이번 대회에서 기업 사업보고서, 애널리스트 분석보고서 등을 대규모언어모델(LLM)을 통해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지경학 모니터’를 선보였다. 미국의 관세 부과에 영향받는 기업 비율 등을 AI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해줬다. 마지오리 교수는 “AI가 경제학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제임스 로빈슨 교수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17세기 정치 철학자 토머스 홉스와 존 로크 등의 책이 사람들의 행동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살펴보기 위해 AI를 통해 자료를 디지털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헤수스 페르난데스 미 펜실베이니아대 교수는 인공위성과 선박의 자동식별장치(AIS) 데이터를 결합해 제재를 피하는 ‘다크 유조선’ 수를 파악해냈다.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의 발언이 전 세계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는 이제 발언 내용뿐 아니라 목소리 톤까지 분석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아쉽게도 AI를 활용한 연구 결과를 발표한 한국 학자는 눈에 많이 띄지 않았다. 박기영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가 한은 통화정책방향 회의 전후 뉴스 보도를 분석한 연구 정도가 있었다.

그 이유를 묻자 국내 대학의 A교수는 “AI를 활용하기 위해선 데이터를 확보해야 하는데 제도적 걸림돌이 많다”고 했다. 방대한 공공데이터를 정부가 연구자에게 잘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면 노르웨이는 외국 학자에게도 공공데이터를 적극적으로 공개한다. 그러면서 자국 경제학자를 연구에 포함할 것을 조건으로 내건다. 이를 통해 노르웨이 경제학자의 연구 수준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돈 문제도 크다. 해외 주요 대학 교수는 양질의 데이터를 얻기 위해 수억원의 돈을 쓰기도 한다. 반면 한국은 연구비에 제약이 많다. 예컨대 정부의 신진 연구자 지원 프로그램에서 연구비 상한은 2000만원(인문사회 기준)이다. 이론을 연구해도, 데이터를 사도 같은 액수를 지원한다.

A교수는 “이론 분야나 일반적인 통계를 활용하는 응용경제학 연구에서는 한국이 글로벌 수준을 상당히 따라잡았는데, AI가 연구 현장에 본격적으로 들어오면서 다시 격차가 커지고 있다”며 “정책적으로 데이터를 활용한 경제학 연구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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