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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북은 퇴직 아냐"…한국전쟁 납북 철도공무원, 유족권리 인정

입력 2025-08-24 09:00  


법원이 한국전쟁 중 납북된 철도공무원의 유족에게 퇴직급여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납북으로 인해 직무를 수행하지 못했더라도, 별도의 퇴직이나 면직 처분이 없었던 이상 공무원 신분은 유지된다는 판단이다.

서울행정법원 제11부(김준영 부장판사)는 지난 6월 13일, 납북된 철도공무원 고(故) A씨의 배우자 B씨가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퇴직연금 부지급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로 24일 밝혔다.

고인은 1950년 7월 15일 한국전쟁 당시 인민군에 의해 강제로 납북된 교통부 철도청 소속 철도공무원이다. 그는 이후 북한에서 생활하던 중 1996년 9월 28일 사망했다. 배우자인 원고 B씨는 2003년 10월 탈북해 대한민국에 입국했다. B씨는 2024년 3월 고인의 퇴직급여를 청구했으나, 공무원연금공단은 “고인은 공무원연금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

이에 B씨는 “1960년 공무원연금법 제정·시행 당시 A씨는 공무원 신분을 유지하고 있었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공무원연금법 적용 대상 여부와 수급 요건 모두에서 공단 측의 판단을 인정하지 않았다. 공무원 신분 확인 절차에서 피고인 공단이 철도공사에 잘못된 인적사항을 전달해 ‘경력 부존재’라는 회신을 받은 점이 지적됐다. 판결문은 “고인은 남성이므로 주민등록번호 중 생년월일을 제외한 첫 번째 자리가 ‘2’일 수 없다”며 “피고가 대상자 정보를 잘못 기재해 조회한 결과로, 사실과 부합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법원은 납북으로 인해 직무를 수행하지 못하게 된 사정만으로는 공무원 신분이 소멸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고인이 납북되던 당시 시행되던 구 국가공무원법에 따르면, 공무원의 납북 또는 행방불명은 당연퇴직 사유가 될 수 없고, 면직 사유나 휴직 사유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며 “고인의 신분을 상실하게 하는 사유가 발생했거나 그러한 처분이 있었다고 볼 자료가 없다”고 설명했다.

공무원연금 수급 요건 중 하나인 ‘기여금 납입’ 여부와 관련해서도 재판부는 “공무원연금법은 공무원 신분을 가지고 있었다면 재직 기간에 따라 퇴직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정하고 있을 뿐, 기여금 납입을 수급 요건으로 명시하고 있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미 공무원으로 임용돼 신분 관계가 형성된 이상, 기여금이 적립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연금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판단을 종합해 법원은 공단이 제시한 고인의 신분 상실, 재직 기간 부족, 기여금 미납 등의 처분 사유 모두 인정할 수 없다며 “이 사건 처분은 처분 사유가 존재하지 않아 위법하다”고 판단하고 이를 취소했다.

황동진 기자 radhw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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