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소와 암모니아 청정기술은 탄소중립 시대를 여는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유럽 최대 암모니아 생산국 중 하나인 폴란드에서 활동하는 하인프라(Hynfra)는 이러한 흐름을 타고 태어난 기업이다. 하인프라는 ‘Hydrogen(수소)’과 ‘Infra(인프라)’의 합성어로, 그린 수소와 그린 암모니아 생산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됐다.
2019년 EU 집행위원회의 그린딜 발표 이후 유럽 전역에서 재생에너지 확대가 본격화되고 있다. 하인프라는 이 전환기에 맞춰 설립된 5년 차 신생 기업으로, 암모니아 플랜트 설계와 프로젝트 개발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EU 비즈니스 허브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한국을 방문한 알렉산더 나우만 하인프라 이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하인프라는 전 세계에서 암모니아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특히 태양광과 풍력이 풍부한 적도 지대를 중심으로 모리타니, 오만, 요르단 등에서 선진 사업을 진행 중이다. 나우만 이사는 “우리는 프로젝트의 타당성 조사와 기본설계를 맡고, 실제 실행은 전문 설계사무소, 법률회사, 컨설팅사 등과 협력한다”며 “이 과정에서 사업을 조율하고 전체적인 기술 통합을 담당한다”고 설명했다.
기술 통합은 단순히 물리적 설비 구축이 아니라 재생에너지와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안정적으로 연계해 변동성을 최소화하고, 암모니아 플랜트의 운영 효율을 극대화하는 작업을 의미한다. 70명의 임직원 대부분은 폴란드의 대형 화학 기업인 그루파 아조티 출신 전직 엔지니어, 매니저, CEO 등으로 풍부한 경험을 쌓았다.
탈탄소 자원으로 주목받는 암모니아
암모니아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청정에너지로 주목받는 것은 그린 암모니아다. 그린 암모니아 생산은 물의 전기분해를 통한 수소 생산에서 출발한다. EU 규정상 선호되는 방식이다. 이후 수소 압축, 암모니아 합성 루프를 거쳐 화학적 결합으로 암모니아가 완성된다. 이 과정에서 질소는 공기 분리 장치(ASU)를 통해 얻으며, 수소는 재생에너지로 현장에서 생산한다.
일찍이 수소는 ‘에너지 운반체’로 각광받았지만, 저장과 운송에서 심각한 비효율성이 발생한다. 나우만 이사는 “수소는 지구상에서 가장 가벼운 분자이기에 이동·저장 과정에서 막대한 에너지가 소모된다”며 “이에 비해 암모니아는 훨씬 효율적인 대안”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전 세계 암모니아 시장 규모는 연간 2억 톤, 이 중 10%가 국제 거래된다. 천연가스(LNG)가 영하 160℃에서 액화되는 것과 달리 암모니아는 영하 8℃만 되어도 액화되므로 운송 효율성이 탁월하다.
암모니아는 이미 여러 산업에서 탈탄소 자원으로 실험되고 있다. 일본은 석탄발전소에서 석탄 80%와 암모니아 20%를 혼합 연소하는 실증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며, 이는 온실가스배출량을 가스 발전 수준까지 줄이는 성과를 거뒀다. 대만은 반도체 제조 과정에서 공기·물 대신 암모니아를 냉각제로 사용한다.
하인프라의 첫 번째 경쟁력은 고효율 설계에 있다. 폴란드는 오랜 기간 러시아로부터 타국 대비 비싼 가격에 가스를 수입해야 했기에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기술을 발전시켰다. 그 결과 서유럽 암모니아 플랜트 평균 효율성이 80%인 반면, 폴란드는 멜라민·카프로락탐 등 부수 화학제품을 병행 생산해 효율을 120%까지 끌어올렸다. 이러한 경험은 그린 암모니아 생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또 다른 경쟁력은 ‘오프그리드(off-grid)’ 모델이다. 나우만은 “전력망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 태양광·풍력발전과 배터리를 통합해 암모니아를 생산하는 방식이야말로 가장 실현 가능한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전력망 비용을 줄이고 장기적으로 가격 예측 가능성을 높인다.

그린 암모니아 시장의 미래
나우만 이사는 한국 시장을 “매우 유망하다”고 평가했다. “한국은 아시아 최대 산업 강국이며, 수출 중심의 경제구조를 갖췄다. 그는 유럽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배출 감축이 필수이며, 그린 암모니아가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한국은 인구밀도가 높아 대규모 재생에너지 부지를 확보하기 어렵다. 따라서 해외에서 생산된 암모니아를 수입하는 구조가 합리적이라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실제로 한국은 전통적으로 비료의 핵심 성분인 암모니아를 수입해왔고, 이는 식량안보와도 직결된다.
문제는 가격이다. 그린 암모니아는 천연가스로 만드는 그레이 암모니아보다 비싸다. 그레이 암모니아는 원료인 천연가스가 전체 운영비의 80%를 차지하지만, 그린 암모니아는 운영비가 적은 대신 초기 투자비용이 막대하다. ESS를 먼저 건설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나우만은 “시장 안착을 위해서는 차액계약제도(CfD) 같은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독일, 한국, 일본 모두 관련 제도를 도입 중”이라고 말했다.
그린 암모니아는 초기 투자비용이 크지만, 운영비는 거의 변동이 없다. 이 점은 가격 예측 가능성을 높이며, 장기 성장 전략을 중시하는 한국 경제에 적합하다. “그린 암모니아와 수소는 가격 변동성이 낮아 장기계약과 안정적 공급이 가능하다. 이는 한국처럼 성장전략이 뚜렷한 국가에 특히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협력하고 싶은 파트너로는 현대·한화·삼성·LG를 꼽았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과는 이미 폴란드에서 배터리 저장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고 있다. 나우만은 “한국 대기업은 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통해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를 추진할 역량을 갖췄다”며 “한국은 전통적으로 암모니아 수입국이고, 이는 식량안보와 직결되기에 수요가 안정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한국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연료전지를 설치한 국가다. 나우만은 “분산 전력 개념이 이미 자리 잡았고, 현대차는 암모니아 기반 선박을 개발하고 있다”며 “한국은 그린 암모니아 도입을 위한 기반과 잠재력을 동시에 갖춘 시장”이라고 말했다.
그린 암모니아 도입의 분수령
암모니아는 더 이상 ‘비료 원료’에 머물지 않고 탈탄소를 위한 다목적 에너지 운반체로 진화하고 있다. 한국은 이미 연료전지·조선·배터리 산업 기반을 보유한 만큼 그린 암모니아 도입 여부가 향후 산업 경쟁력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
그린 암모니아는 운송·저장 효율성과 다양한 활용 가능성 덕분에 탈탄소 시대의 전략적 에너지 운반체로 주목받고 있다. 나우만은 한국이 이러한 흐름을 선제적으로 포착한다면 더 많은 기회를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린 암모니아는 한국이 탄소감축, 에너지 안보, 산업 경쟁력이라는 3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실질적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구현화 한경ESG 기자 kuh@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