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플은 2010년 시리를 인수하며 음성 비서라는 개념을 모바일업계에 처음 도입했다. 그러나 수년간 AI 기술 개발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며 AI폰 시대의 주도권을 내주기 시작했다. 오픈AI가 2022년 11월 챗GPT를 내놓기 전까지 애플에선 AI 모델 개발 계획조차 없었다. 애플 내부에서조차 자사 AI 모델이 챗GPT 등 경쟁사에 비해 2년 이상 뒤처졌다고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개인정보 보호를 중시한 ‘온디바이스 전략’이 애플의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을 내놨다. 외부 AI 모델을 이용하지 않고 아이폰 등 기기 내에서 AI를 작동시키는 전략을 고수해 대규모 연산이 필요한 AI 모델을 구동하는 데 한계에 봉착했다는 지적이다. 아이폰 내부 AI 모델의 파라미터는 약 300억 개로 GPT-4(1조8000억 개)의 600분의 1에 불과하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S24 시리즈를 ‘AI폰’으로 선언한 뒤 AI 실시간 통역, 제미나이 챗봇 등을 빠르게 채택했다. 특히 갤럭시와 아이폰에 모두 적용된 AI 사진 편집 기능의 성능은 갤럭시가 더 뛰어나다고 평가받는다. 여기에 갤럭시 Z플립7, Z폴더7 등 폴더블폰과 갤럭시 S25 엣지 등 하드웨어 혁신이 더해지며 삼성전자의 지난 2분기 북미 시장 점유율은 31%로 전년 동기 대비 8%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애플 점유율은 56%에서 49%로 떨어졌다.
애플 내부에서도 AI 도입 지연에 따른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에디 큐 애플 서비스부문 수석부사장은 지난 5월 구글 검색엔진 반독점 관련 재판에 출석해 “10년 뒤에는 아이폰이 필요 없을지 모른다”고 증언했다. 애플은 부족한 자체 AI를 보완하기 위해 자사 모델과 외부 모델을 결합하는 ‘하이브리드’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일정 요약, 알림 관리, 메시지 작성 등 간단한 작업은 내부 AI를 활용하고, 글쓰기와 웹 검색 등 복잡한 작업은 외부 AI에 맡기는 방식이다.
하지만 애플 경영진이 자체 대규모언어모델(LLM)을 개발할지, 혹은 외부 모델을 차용할지 여전히 결정하지 못하고 있고 그 결과 핵심 AI 개발자들이 애플을 떠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실리콘밸리=김인엽 특파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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