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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드는 트럼프發 국가자본주의…최종 귀착지는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입력 2025-08-24 17:22   수정 2025-08-25 00:57

체제상으로 미국의 상징은 정치적으로 ‘민주주의’, 경제적으로 ‘시장경제’다. 전자는 4년 반 전 대선 결과에 불만을 품은 친트럼프 키즈의 의회 의사당 점령 사태를 계기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후자마저 위협당하며 국가자본주의로 대체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조 바이든 정부 시절 반도체 지원법(칩스법)에 따라 지원한 보조금을 지분으로 되돌려받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발상 때문이다. 주식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미국 증시 정책의 원칙상 지분을 확보한다는 것은 국가가 민간 기업 경영에 참여하겠다는 의미와 동일하다. 시장경제의 최대 도전이다.

경제학적으로 자본주의 역사를 되짚어보면 인간의 합리성을 바탕으로 시장경제를 존중하는 고전학파를 자본주의 1.0 시대라고 부른다. 공급이 스스로 수요를 창출한다는 ‘세이의 법칙’(Say’s law)을 굳게 믿은 고전학파는 시장에서 수급 불균형이 일어나도 궁극적으로 균형점에 도달해 경기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봤다.

하지만 탐욕을 부리고 각국이 관세 장벽을 치면서 시장의 실패가 발생했다. 1927년 이후 강세장이 지속되는 가운데 영국을 지원하기 위해 돈을 풀면서 끼기 시작한 증시 거품부터 붕괴했다. 실물 경제도 수요처를 찾지 못하는 과정에서 누적된 초과 공급으로 대공황이 발생했다. 자본주의 1.0 시대의 종언이다.

고전학파가 좀처럼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혜성처럼 등장한 사람이 존 메이너드 케인스다. 시장이 해결하지 못하는 초과 공급은 국가가 수요를 창출해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논리다. 시장과 국가 간 혼합 체제인 자본주의 2.0 시대의 시작으로 케인스 이론은 도전받고 있지만 지금도 주류 경제학의 위상을 유지하고 있다.


화려한 꽃이 시들면 보기가 더 싫듯이 2차 오일쇼크 이후 스태그플레이션이 닥치자 케인스 이론은 맥을 못 췄다. 총수요 관리 면에서 침체한 경기를 살리자니 물가가 더 오르고 물가를 잡자니 경기가 더 침체하기 때문이다. 무력해진 고전학파와 케인스학파 이외 획기적인 정책 처방이 필요했다.

제3 방안으로 많은 이론이 제시됐다. 정책 목표의 수만큼 정책 수단이 존재해야 한다는 ‘틴버켄 정리’, 감세로 경제 의욕을 고취해 스태그플레이션을 해결하자는 아서 래퍼의 ‘공급 중시 경제학’, 시장 불균형은 가격(price)이 아니라 수량(quantity)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배로-그로스만의 ‘불균형 이론’ 등이 대표적인 예다.

주류 경제학의 혼재로 대변되는 자본주의 3.0 시대의 돌파구를 찾은 것이 글로벌화다. 특정국이 해결하지 못하는 경제 현안을 욕망 일치국과의 교역을 통해 해결할 목적으로 무려 여덟 차례에 걸친 GATT(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 협상 끝에 1995년 출범한 것이 세계무역기구(WTO)다.

WTO 체제에 거는 기대는 높았지만 의외로 빨리 무기력해졌다. 모든 회원국에 골고루 돌아갈 것이란 기대와 달리 WTO 체제 혜택이 출범과 유지 비용을 많이 부담하는 국가의 희생을 바탕으로 저비용 부담국에 돌아갔기 때문이다. 미국은 금융위기, 유럽은 재정위기가 발생한 반면 중국은 급부상했다.

미국의 결단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트럼프 정부 1기에는 대외 경제정책부터 자국의 이익을 강조하다가 2기 들어서는 타국의 이익까지 빼앗는 돈로(DonRoe)주의를 지향하고 있다. 대내 경제정책은 시장과 통화정책보다 국가와 재정정책의 역할을 중시한다. 재정도 감세를 통한 공급 중시 경제학과 빚내서 더 쓰자는 현대통화이론을 결합한 독특한 형태를 취하고 있다.

트럼프노믹스 2.0을 지탱하는 이론이 자본주의 4.0 시대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 경제이론으로 구분한 자본주의가 앞으로 상당 기간 혼돈의 시대를 겪을 것으로 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정국 경제정책의 최종 목표인 국민 후생 증대를 위한 최선책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다. 결국 트럼프발 국가자본주의도 이 길로 돌아올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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