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일본처럼 저성장, 고령화 흐름을 밟고 있습니다. 소비재 분야에서 가성비 시장은 커질 수밖에 없죠.”김기현 케이엘앤파트너스 대표(사진)가 지난 2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누적 운용자산(AUM) 5700억원 규모의 중견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케이엘앤은 치킨·버거 프랜차이즈 ‘맘스터치’와 스킨케어 브랜드 ‘마녀공장’을 대표 포트폴리오로 보유하고 있다. 푸짐한 양과 합리적 가격으로 알려진 맘스터치, 1만~3만원대 제품군으로 입지를 다진 마녀공장은 각 산업에서 가성비 브랜드의 대표 주자로 꼽힌다.
김 대표는 기획재정부 사무관(행정고시 44회)으로 10여 년간 근무하다 자본시장에 뛰어들었다. 거시경제 정책을 다룬 경험은 그의 투자 철학에도 그대로 녹아 있다. 그는 “산업과 소비 흐름을 거시적 구조에서 바라보려 한다”며 “PEF 운용에서도 패션(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트렌드(장기적 흐름)에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철학은 인수 이후 경영에도 반영됐다. 케이엘앤은 2020년 맘스터치를 약 2000억원에 사들인 뒤 정부가 정책을 수립하듯 정량적 데이터 기반의 경영 방식을 도입했다. 광고 성과를 단순 매출 증가가 아니라 ROAS(투자 대비 광고 효과)로 측정했고, 1년간 직접 실험을 통해 시간대·매체별 효과를 검증했다. 할인 쿠폰 마케팅은 과감히 버리고, 햄버거 최대 수요층인 10~30대 남성이 게임 소비층과 겹친다는 점에 착안해 ‘블루 아카이브’ ‘붕괴: 스타레일’ 등 인기 게임과 협업했다.
이 같은 전략은 수익 개선으로 이어졌다. 맘스터치 실적은 2020년 매출 2860억원, 영업이익 262억원에서 지난해 4178억원, 734억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판관비는 602억원에서 753억원으로 상승폭이 크지 않아 비용 효율화가 이뤄졌다.
일본 진출도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일본 도쿄 시부야에 1호점을 연 데 이어 오는 9월 하라주쿠에 2호점을 낼 예정이다. 김 대표는 “일본은 장기 저성장을 겪으며 점심값이 1000엔을 넘으면 부담스러워하는 소비자가 많아졌다”며 “가격 대비 양과 품질을 갖춘 맘스터치가 현지에서도 경쟁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5월에는 마녀공장 지분 52%를 1900억원에 인수하며 뷰티로 투자 보폭을 넓혔다. 마녀공장은 클렌징 오일로 유명해진 브랜드다. 시스템이 잘 갖춰지면 클렌징 오일을 넘어 스킨케어 제품 전반으로 히트 상품을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김 대표의 관측이다. 그는 “뷰티 브랜드는 특정 아이템이 반짝 성공하는 경우가 많은데 지속 성장하려면 성공 방정식을 체계화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며 ”마녀공장도 성공을 재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케이엘앤은 생수 브랜드 가야산샘물 등에 투자하기도 했다. 가야산샘물을 2016년 약 70억원에 인수한 뒤 2018년 동아쏘시오홀딩스에 220억원에 매각해 투자 원금의 세 배 이상을 회수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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