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화 이후 소비 행태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소비는 미덕”이라는 말도 있었죠. 소비가 경제를 활성화하고, 이를 통해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모든 소비가 미덕인 시대는 지나갔습니다. 넘쳐나는 상품과 브랜드, 그만큼 소비자의 선택도 신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때문에 최근 ‘가치소비’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면서 정보 접근성이 늘었고, 소비자에게 더 의식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제공되고 있습니다. 가격이나 품질을 기준으로 일어나던 소비 행태가 윤리적 신념이나 개인 취향에 따른 가치소비로 바뀌고 있는 거죠. 이는 소비를 통해 자신의 신념을 표출한다는 점에서 ‘미닝아웃(meaning + coming out)’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최근 콧대 높던 명품업체의 행보에서 이 같은 소비 트렌드의 변화가 간접적으로 읽힙니다. 샤넬, LVMH 등 글로벌 명품업체들이 희소성을 지킨다는 이유로 재고를 소각했던 과거 행태에서 벗어나 재활용 사업에 뛰어드는 등 변화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샤넬의 경우 지난 6월 초 재활용 전문 법인 네볼드(Never+Old)를 설립해 자투리 천과 미판매 재고 상품 재활용에 나섰고, 루이 비통과 디올 등을 보유한 LVMH도 제품 제작 과정에서 남은 원단 등을 재활용하는 ‘노나 소스’ 사업을 진행한다고 합니다. 이른바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명품업체들이 똑똑해진 소비자의 가치소비에 발맞춰 능동적 변화를 선택한 것입니다.
〈한경ESG〉는 9월호 커버 스토리 대한민국 소비자가 뽑은 ‘2025 ESG 브랜드 조사’를 통해 국내 소비자의 가치소비 행태를 전합니다. 전국 남녀 소비자 3000명을 대상으로 지난 8월에 실시한 ‘2025 ESG 브랜드 조사’에서 응답자 중 27.7%가 ‘ESG를 고려해 제품을 산 적이 있다’고 답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3.8%p 상승한 수치입니다.
또 소비자들은 동시에 투자자이기도 합니다. 올해 처음 설문에 포함한 ‘밸류업 브랜드 평가’(복수 응답 허용)에서 응답자들은 투자할 때 주목하는 지표로 ‘기업의 실적 및 재무 안정성’(52.7%)을 1순위로 꼽았습니다. 하지만 근소한 차이로 ‘지속가능한 성장 가능성’(51.9%)을 2순위로 택했으며, ‘투명한 정보공개’(30.8%), ‘주식 배당 확대’(28.4%), ‘환경적·사회적책임 강화’(17.8%), ‘지배구조 개선’(16.4%) 등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세부 가치를 차례로 꼽아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는 ‘욕망의 소비’를 넘어 가치소비로 시대가 바뀌고 있다는 것을 방증합니다. 이제 기업들이 고객의 니즈에 맞춰 행동으로 답할 시간입니다.
글 한용섭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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