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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에 질문을 심는 통역사 안규철, 그가 던진 '열두 개의 질문'

입력 2025-08-27 22:59   수정 2025-08-28 09:21

사유하는 작가 안규철이 다시금 질문을 던진다. 40년간 세상을 바라본 ‘안규철의 사유’가 윤곽을 드러내는 순간이다.



키아프 서울(Kiaf Seoul)과 프리즈 서울(Frieze Seoul)을 앞둔 8월부터 한국 미술계의 시선은 온통 서울과 외국인 작가로 향한다. “흔히 만날 수 없는 해외 유명 작가가 서울 어느 미술관에서 전시를 연다”는 소식은 들불처럼 빠르게 번지고, 이내 전시장은 관람객으로 발 디딜 틈 없다.

예술은 흔한 풍경을 거부할 때 오롯이 다가오는 법. 이럴 때일수록 시야를 넓게 펼치는 것도 좋다. 꼭 서울이 아니더라도, 외국에서 온 작가가 아니더라도 시간을 내 눈에 담을 작품은 많다. 부산 망미동 국제갤러리 부산점에서 열리고 있는 안규철의 개인전 <열두 개의 질문>이 딱 그런 전시다.



한국 미술계가 온통 들떠 있는 지금 안규철이란 이름이 더욱 와닿는 이유는 그가 들뜨지 않는 예술가라서다. 다시 말하면 안규철은 부나비처럼 짧게 불타올랐다 꺼지는 게 아니라 온돌바닥처럼 오래가는 예술을 하는 사람이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아침이 오면 해가 뜨는 것처럼 당연한 일을 하는 미술가가 됨으로써 특별한 미술가가 될 수 있을지를 알아보려 한다.” 매일의 관찰, 매일의 글쓰기, 매일의 질문으로 예술가적 태도를 견지한다는 것이다. 그의 전시가 우연이 아닌 인내와 시간의 축적으로 완성된 진짜 예술가의 진면목을 경험하는 자리라는 뜻이다.

사물에 질문을 심는 통역사

안규철은 1990년대 이후 한국의 개념미술 흐름에서 중심적인 작가로 평가받는다. 어쩌면 그의 활동이 미술에서 문학, 철학의 경계에 걸쳐 있기 때문이다. 1977년 서울대 조소과를 졸업한 후 계간미술에서 7년간 기자로 일한 뒤 독일로 유학을 떠나 예술적 실험을 거듭한 그의 과거가 이를 증명한다. 귀국해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로 2020년까지 재직한 그는 이 모든 시간 동안 한결같은 태도로 작품을 만들면서 전시를 열고, 또 매일같이 글을 썼다.



일상에서 마주치는 온갖 사물들은 안규철이 탐구한 예술의 원천이었다. 그는 존재 이유를 묻는 질문을 하나씩 심고 수확해왔다. 국립현대미술관 상설전 서울관 <한국현대미술 하이라이트>에 나온 작품으로, 소통을 상징하는 동시에 그 소통을 차단하는 기능을 가진 문을 소재 삼아 만든 ‘자폐적인 문’이 이런 그의 미학을 잘 보여준다. 강단에서 내려온 후 전업 미술가 겸 작가로 출간한 <사물의 뒷모습>(2021), <안규철의 질문들>(2024) 같은 책에선 작가의 개념이 한층 세련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40년 작업 세계 되묻는 12개의 질문

국제갤러리의 이번 전시는 지난해 두 차례의 개인전에서 50여 점이 넘는 신작을 발표한 작가가 끝없는 질문을 통해 고정적 정체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다양한 자아를 탐구해온 최근 작업 세계를 집약하는 자리다. 기울어진 지평선을 담은 회화 ‘세 개의 수평선’(2024), 알 수 없는 외국어로 쓰인 문장을 그려낸 ‘외국어로 된 열두 개의 잠언’(2024), 애니메이션을 시도한 ‘걷는 사람’(2024), 작가가 직접 퍼포먼스를 펼친 싱글 채널 비디오 ‘쓰러지는 의자 ? Homage to Pina’(2024) 등 앞선 전시에서 선보인 주요 작품을 모두 소개한다.



눈앞의 사물은 물론, 스스로에게도 누구인지를 묻는 안규철의 작업은 쉽지 않은 듯하면서도 부지불식간에 공감이 되는 묘한 힘이 있다. 아마도 누군가의 질문에 귀 기울이는 순간 그 질문이 나온 사유의 흔적을 짚어볼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갤러리 관계자는 “40년간 일관된 시선으로 세계를 바라보며 질문하는 존재로 살아온 안규철의 여정이 이번 전시에서 조용히 드러난다”고 말했다. 전시는 10월 19일까지.

부산=유승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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