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대 세트의 디테일 하나하나에 집착했어요. 마치 개츠비가 데이지에게 빠진 것처럼요.”
최근 서울 역삼동 GS아트센터에서 만난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의 폴 테이트 드푸 무대·영상 디자이너(36)는 자신을 “미친 디자이너”라고 소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의 모습부터 그랬다. 자로 재어 그린 듯 반듯한 눈썹과 한 가닥도 빠짐없이 쓸어 넘긴 머리칼. 그는 1㎝의 오차도 용납하지 않는 ‘광기의 완벽주의자’임에 틀림없어 보였다. 지난 1일 개막한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 무대에 찬사가 쏟아지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었다.
무대는 ‘광란의 20년대(Roaring Twenties)’로 불린 1920년대 호화로운 뉴욕을 비춘다. 완성도는 한층 높아졌다. 그는 “한국 무대의 발광다이오드(LED) 영상 해상도는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의 두 배”라며 “‘플래그십 무대’로 내세울 수 있을 만큼 기술적으로나 시각적으로나 가장 뛰어나다”고 강조했다.
드푸 디자이너는 오디컴퍼니가 앞서 선보인 뮤지컬 ‘타이타닉’과 ‘스위니토드’에 무대 디자이너로 참여한 인연으로 이번 작품에 합류했다. 그는 “고등학생 때 처음 <위대한 개츠비>를 읽고 무대를 그려볼 만큼 푹 빠졌었다”며 “이 작품을 디자인하는 꿈을 이루게 돼 영광”이라고 말했다.

무대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개츠비의 초호화 저택은 금빛으로 반짝이는 럭셔리 호텔을 연상케 한다. 드푸 디자이너는 “패션 디자이너 알렉산더 매퀸이 개츠비 집을 짓는다면 어떤 느낌일지 제일 먼저 떠올려봤다”며 “개츠비 저택의 모든 디테일은 매퀸이 1920년대로부터 영감받아 만든 금목걸이에서 착안했다”고 말했다.
드푸 디자이너가 가장 마음에 들어 하는 장면은 화려함과 거리가 멀다. “가장 좋아하는 순간은 썰렁한 개츠비의 장례식장에서 데이지의 집으로 전환되는 장면이에요. 기술적으로 어렵진 않지만 개츠비의 현실을 일깨워준다는 점에서 오히려 깊은 여운을 남겨요.”
드푸 디자이너는 성인이 되기 전까지 마술사로 활동했다. 그러다가 허리케인 피해로 극장이 물에 잠기자 디자이너의 길로 들어섰다. “결과적으로 허리케인은 제게 축복이었어요. 제가 뭔가 새롭게 창조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그에겐 뮤지컬도 마법이다. “‘위대한 개츠비’에선 장면 전환이 61번 이뤄지는데 모든 게 퍼즐 조각처럼 맞춰져야 해요. 그런 움직임이 모두 마법인 셈이죠.” 공연은 GS아트센터에서 오는 11월 9일까지 이어진다.
글=허세민/사진=김범준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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